방구석 롤박사의 SKT 패배 원인 분석
1. 오너한테 갈수록 고점 낮아지는 빵테 시킴
2. 도란 후반갈수록 한타때 뭐해야할지 감도 못잡음
3. 카나가 너무 잘함
1. 오너한테 갈수록 고점 낮아지는 빵테 시킴
2. 도란 후반갈수록 한타때 뭐해야할지 감도 못잡음
3. 카나가 너무 잘함
❤2
Forwarded from Simon's Rabbit Crypt - KR
법정화폐의 평균 수명은 27년일까
어느 날 아침, 지갑 앱이 나보다 먼저 일어나 있다.
밤새 냉장고는 부족한 우유를 주문하고, 작업용 AI는 서버 사용료를 결제하고, 자동차는 충전비를 낸다. 내가 눈을 뜨기 전에 열세 건의 거래가 끝난다. 월급 통장에서는 원화가 빠져나갔지만 우유 가게에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들어가고, 서버 회사는 이름도 모르는 기계용 결제 단위로 돈을 받는다. 내게 보이는 것은 초록색 체크 표시뿐이다.
결제 완료.
설정을 열어본다. 지갑은 밤사이 업데이트됐다. 맨 아래에 작은 글씨가 있다.
‘더 빠르고 저렴한 결제를 위해 최적의 통화를 자동으로 선택합니다.’
잔액의 통화 표시는 여전히 원화다. 월급도 원화로 들어왔고 아파트 대출도 원화로 남아 있다. 세금 고지서에도 ₩가 선명하다. 그런데 지갑의 거래 기록을 내려보니 원화는 출발점에만 있다. 국경을 넘는 순간 달러로 바뀌고, 기계끼리 정산할 때는 화면 뒤로 사라진다. 원화는 죽지 않았다. 다만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이 장면을 상상하게 된 건 인터넷에서 본 이미지 한 장 때문이다. 법정화폐의 평균 수명은 27년이라고 했다. 역사상 775개 가운데 599개가 사라졌고 중앙값은 15년이라는 설명도 붙어 있었다.
숫자가 구체적이었다. 어딘가에 원본이 있을 것 같아서 찾아봤는데, 출발점은 IMF나 세계은행이 아니었다. Mike Hewitt가 2008년 DollarDaze라는 사이트에 올린 「Fate of Paper Money」였다. 사이트는 사라지고 글만 Internet Archive에 남아 있다. 화폐의 부고를 모으던 사이트가 화폐보다 먼저 문을 닫은 셈이다.
원문을 열어보니 이미지와 숫자가 달랐다. 표를 직접 계산해도 평균은 약 38.5년, 중앙값은 17년이었다. 짤에 적힌 27년과 15년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표의 내용이 거짓은 아니다. 식민지의 돈, 군대가 발행한 돈, 화폐개혁 전후의 돈이 한데 섞여 있다. 물가 폭등으로 버려진 돈과 유로로 바뀐 독일 마르크도 똑같이 사망 처리됐다. 마르크는 죽었다기보다 이름을 바꾸고 큰 집으로 이사한 쪽에 가깝다.
살아 있는 돈은 계산에서 빠졌다. 원화와 달러에는 아직 마지막 날짜가 없었다. 끝난 통화만 모아 평균을 내면 오래 버티는 돈은 명단에 들어오지 못한다. 이 표는 화폐의 수명표라기보다 전쟁과 독립, 국가 해체와 통합이 지나간 흔적을 정리한 것이다.
그래서 27이라는 숫자가 믿을 만한 “법정 화폐의 평균 수명”은 아니지만, 덕분에 내가 쓰는 원화도 언젠가 만들어진 제도이고 무한히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됐다. 지금의 원화는 1962년 화폐개혁부터 세면 올해 예순네 살이다. 그렇다면 원화의 마지막 날은 언제일까.
화폐는 어느 날 심장이 멎듯 죽지 않는다. 맡고 있던 일을 하나씩 빼앗기며 죽어갈 것이다.
원화는 한국 안에서만 강하다. 월급과 세금, 아파트 대출, 회사 장부와 정부 예산이 모두 원화로 묶여 있다. 오천만 명의 생활과 계약이 같은 단위를 쓴다. 세계인이 원화를 모으지 않아도 이 연결망이 원화를 살려둔다. 작은 나라의 돈도 이런 연결망 안에서는 오래 버틸 수 있다. 국력만으로 화폐의 수명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문제는 국경만 넘으면 다른 세계가 열린다는 점이다. 2024년 한국 수출대금의 84.5%, 수입대금의 80.3%가 달러로 결제됐다. 원화 비중은 약 3%와 6%였다. 한국 기업이 만든 물건을 팔아도 청구서는 달러로 적힌다. 원화는 집 안의 언어이고 달러는 항구의 언어다.
세계의 국경을 다시 높아지면 원화의 집은 잠시 더 튼튼해질 수도 있다. 관세와 보조금, 자국 중심의 공급망은 국내 통화의 역할을 붙드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데 벽이 높아질수록 사람은 문이 아니라 틈을 찾는다. 송금이 느리고 비싸지면 달러 가치에 맞춰 움직이는 스테이블코인이 휴대전화 속 우회로가 될 수 있다. 국가는 달러를 막으려 벽을 세웠는데 달러는 몸집을 줄여 지갑 앱으로 들어온다.
어느새 사람들의 지갑에 작은 외환시장이 열린다. 월급은 원화, 저축은 달러, 해외 서비스 비용은 스테이블코인. 주소는 서울이지만 세 개의 화폐권에서 산다. 처음에는 결제 통화만 달라진다. 다음에는 가격표가 달라진다. 그 뒤에는 머릿속 계산기가 바뀐다. 월급은 원화로 받아도 내 시간값을 달러로 계산하고, 집값과 투자수익을 달러로 비교한다. 화폐가 밀려나는 순간은 지폐를 버리는 날이 아니다. 내 미래의 값을 다른 돈으로 먼저 떠올리는 날이다.
AI와 함께 변화는 조용해지면서 빨라진다. 지금까지 작은 나라의 돈을 지켜준 건 법만이 아니다. 사람은 익숙한 단위로 가격을 보고, 환전이 귀찮아서 월급 받은 돈을 그대로 쓴다. 이 사소한 관성이 자국 통화의 방파제다.
하지만 사용자가 허용한 범위 안에서 결제하는 AI에는 애국심도 고향도 습관도 없다. 수수료와 환율, 처리 시간을 비교해 가장 유리한 경로를 고른다. 거래가 적은 통화는 바꾸는 데 돈이 더 들고 받아주는 곳도 적다. 그래서 AI가 덜 고르고, 덜 고르니 거래가 더 줄고, 거래가 줄어 다시 더 비싸지는 고리가 생길 수 있다. 작은 나라의 돈은 사람이 직접 지갑을 열던 시대보다 훨씬 빨리 결제 화면 뒤로 밀려날 수 있다.
사람은 원화로 물건을 샀다고 생각하지만 판매자는 달러로 받을 수 있다. 몇 번의 환전이 있었는지는 영수증 아래 작은 글씨로 밀려난다. 기계가 서버와 데이터, 전력과 광고를 서로 사고파는 시장에서는 지폐의 익숙한 얼굴도 중요하지 않다. 언제든 호출되고 잘게 나뉘며 자동으로 정산되는 돈이면 된다. 사람이 월급을 세는 단위와 기계가 즐겨 쓰는 단위가 갈라질 수도 있다.
그때 화폐 경쟁은 중앙은행의 건물 밖으로 나온다. 어느 돈이 API에 먼저 연결되는지, 지갑 첫 화면에 놓이는지, 결제 버튼의 기본값이 되는지가 중요해진다.
국가는 세금을 원화로 걷을 수 있다. 하지만 국경 밖의 모든 기계가 원화를 먼저 찾게 만들 수는 없다. 원화는 세금 고지서와 급여명세서에 오래 남을 것이다. 그런데 저축과 국제 거래가 떠나고 기계마저 원화를 호출하지 않는다면, 원화는 살아 있으면서 작아진다. 달력으로는 장수하지만 할 일이 줄어든 화폐다.
그래서 다가올 화폐의 부고에는 사망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가격표가 먼저 떠나고, 저축이 그 뒤를 따르고, 마지막에는 기계가 그 돈의 이름을 잊는다. 아무도 장례식을 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지갑 앱이 조용히 업데이트될 것이다.
기본 결제 통화가 변경되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지갑 앱이 나보다 먼저 일어나 있다.
밤새 냉장고는 부족한 우유를 주문하고, 작업용 AI는 서버 사용료를 결제하고, 자동차는 충전비를 낸다. 내가 눈을 뜨기 전에 열세 건의 거래가 끝난다. 월급 통장에서는 원화가 빠져나갔지만 우유 가게에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들어가고, 서버 회사는 이름도 모르는 기계용 결제 단위로 돈을 받는다. 내게 보이는 것은 초록색 체크 표시뿐이다.
결제 완료.
설정을 열어본다. 지갑은 밤사이 업데이트됐다. 맨 아래에 작은 글씨가 있다.
‘더 빠르고 저렴한 결제를 위해 최적의 통화를 자동으로 선택합니다.’
잔액의 통화 표시는 여전히 원화다. 월급도 원화로 들어왔고 아파트 대출도 원화로 남아 있다. 세금 고지서에도 ₩가 선명하다. 그런데 지갑의 거래 기록을 내려보니 원화는 출발점에만 있다. 국경을 넘는 순간 달러로 바뀌고, 기계끼리 정산할 때는 화면 뒤로 사라진다. 원화는 죽지 않았다. 다만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이 장면을 상상하게 된 건 인터넷에서 본 이미지 한 장 때문이다. 법정화폐의 평균 수명은 27년이라고 했다. 역사상 775개 가운데 599개가 사라졌고 중앙값은 15년이라는 설명도 붙어 있었다.
숫자가 구체적이었다. 어딘가에 원본이 있을 것 같아서 찾아봤는데, 출발점은 IMF나 세계은행이 아니었다. Mike Hewitt가 2008년 DollarDaze라는 사이트에 올린 「Fate of Paper Money」였다. 사이트는 사라지고 글만 Internet Archive에 남아 있다. 화폐의 부고를 모으던 사이트가 화폐보다 먼저 문을 닫은 셈이다.
원문을 열어보니 이미지와 숫자가 달랐다. 표를 직접 계산해도 평균은 약 38.5년, 중앙값은 17년이었다. 짤에 적힌 27년과 15년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표의 내용이 거짓은 아니다. 식민지의 돈, 군대가 발행한 돈, 화폐개혁 전후의 돈이 한데 섞여 있다. 물가 폭등으로 버려진 돈과 유로로 바뀐 독일 마르크도 똑같이 사망 처리됐다. 마르크는 죽었다기보다 이름을 바꾸고 큰 집으로 이사한 쪽에 가깝다.
살아 있는 돈은 계산에서 빠졌다. 원화와 달러에는 아직 마지막 날짜가 없었다. 끝난 통화만 모아 평균을 내면 오래 버티는 돈은 명단에 들어오지 못한다. 이 표는 화폐의 수명표라기보다 전쟁과 독립, 국가 해체와 통합이 지나간 흔적을 정리한 것이다.
그래서 27이라는 숫자가 믿을 만한 “법정 화폐의 평균 수명”은 아니지만, 덕분에 내가 쓰는 원화도 언젠가 만들어진 제도이고 무한히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됐다. 지금의 원화는 1962년 화폐개혁부터 세면 올해 예순네 살이다. 그렇다면 원화의 마지막 날은 언제일까.
화폐는 어느 날 심장이 멎듯 죽지 않는다. 맡고 있던 일을 하나씩 빼앗기며 죽어갈 것이다.
원화는 한국 안에서만 강하다. 월급과 세금, 아파트 대출, 회사 장부와 정부 예산이 모두 원화로 묶여 있다. 오천만 명의 생활과 계약이 같은 단위를 쓴다. 세계인이 원화를 모으지 않아도 이 연결망이 원화를 살려둔다. 작은 나라의 돈도 이런 연결망 안에서는 오래 버틸 수 있다. 국력만으로 화폐의 수명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문제는 국경만 넘으면 다른 세계가 열린다는 점이다. 2024년 한국 수출대금의 84.5%, 수입대금의 80.3%가 달러로 결제됐다. 원화 비중은 약 3%와 6%였다. 한국 기업이 만든 물건을 팔아도 청구서는 달러로 적힌다. 원화는 집 안의 언어이고 달러는 항구의 언어다.
세계의 국경을 다시 높아지면 원화의 집은 잠시 더 튼튼해질 수도 있다. 관세와 보조금, 자국 중심의 공급망은 국내 통화의 역할을 붙드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데 벽이 높아질수록 사람은 문이 아니라 틈을 찾는다. 송금이 느리고 비싸지면 달러 가치에 맞춰 움직이는 스테이블코인이 휴대전화 속 우회로가 될 수 있다. 국가는 달러를 막으려 벽을 세웠는데 달러는 몸집을 줄여 지갑 앱으로 들어온다.
어느새 사람들의 지갑에 작은 외환시장이 열린다. 월급은 원화, 저축은 달러, 해외 서비스 비용은 스테이블코인. 주소는 서울이지만 세 개의 화폐권에서 산다. 처음에는 결제 통화만 달라진다. 다음에는 가격표가 달라진다. 그 뒤에는 머릿속 계산기가 바뀐다. 월급은 원화로 받아도 내 시간값을 달러로 계산하고, 집값과 투자수익을 달러로 비교한다. 화폐가 밀려나는 순간은 지폐를 버리는 날이 아니다. 내 미래의 값을 다른 돈으로 먼저 떠올리는 날이다.
AI와 함께 변화는 조용해지면서 빨라진다. 지금까지 작은 나라의 돈을 지켜준 건 법만이 아니다. 사람은 익숙한 단위로 가격을 보고, 환전이 귀찮아서 월급 받은 돈을 그대로 쓴다. 이 사소한 관성이 자국 통화의 방파제다.
하지만 사용자가 허용한 범위 안에서 결제하는 AI에는 애국심도 고향도 습관도 없다. 수수료와 환율, 처리 시간을 비교해 가장 유리한 경로를 고른다. 거래가 적은 통화는 바꾸는 데 돈이 더 들고 받아주는 곳도 적다. 그래서 AI가 덜 고르고, 덜 고르니 거래가 더 줄고, 거래가 줄어 다시 더 비싸지는 고리가 생길 수 있다. 작은 나라의 돈은 사람이 직접 지갑을 열던 시대보다 훨씬 빨리 결제 화면 뒤로 밀려날 수 있다.
사람은 원화로 물건을 샀다고 생각하지만 판매자는 달러로 받을 수 있다. 몇 번의 환전이 있었는지는 영수증 아래 작은 글씨로 밀려난다. 기계가 서버와 데이터, 전력과 광고를 서로 사고파는 시장에서는 지폐의 익숙한 얼굴도 중요하지 않다. 언제든 호출되고 잘게 나뉘며 자동으로 정산되는 돈이면 된다. 사람이 월급을 세는 단위와 기계가 즐겨 쓰는 단위가 갈라질 수도 있다.
그때 화폐 경쟁은 중앙은행의 건물 밖으로 나온다. 어느 돈이 API에 먼저 연결되는지, 지갑 첫 화면에 놓이는지, 결제 버튼의 기본값이 되는지가 중요해진다.
국가는 세금을 원화로 걷을 수 있다. 하지만 국경 밖의 모든 기계가 원화를 먼저 찾게 만들 수는 없다. 원화는 세금 고지서와 급여명세서에 오래 남을 것이다. 그런데 저축과 국제 거래가 떠나고 기계마저 원화를 호출하지 않는다면, 원화는 살아 있으면서 작아진다. 달력으로는 장수하지만 할 일이 줄어든 화폐다.
그래서 다가올 화폐의 부고에는 사망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가격표가 먼저 떠나고, 저축이 그 뒤를 따르고, 마지막에는 기계가 그 돈의 이름을 잊는다. 아무도 장례식을 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지갑 앱이 조용히 업데이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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