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_peter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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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적 매크로 속 드라이파우더 더미의 향방>

벤처 산업은 기본적으로 꿈을 파는 산업입니다. 대부분의 벤처 기업의 현재는 볼품없습니다.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과 연식이 있는 스타트업 모두 자신의 끔찍한 마진율을 숨기기 급급하죠.

VC도 그걸 모르는게 아닙니다. 제가 보고 겪은 바 Top-tier VC는 대부분 상당히 우수한 인력이 모여있는 집단입니다. 그들이 그걸 모두 앎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1. 대박 케이스에서 발생하는 말도 안되는 수익률과 2. 생각만큼 성공적이지 않더라도 적당히 포장해서 던지면 적당히 받아주는 시장에 대한 확신이라 생각합니다. 아마 1번이 벤처투자의 엣지, 2번이 벤처투자의 안전장치였겠지요.

그러나 최근 많은 스타트업의 가치가 박살났습니다. Forge Global에 따르면 미국 스타트업은 직전 라운드 대비 39% 가량의 기업가치 절하를 겪어야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불황의 뒷면에 있는 것은 역대급 드라이 파우더입니다. FT에 따르면 올 9월까지 VC에 흘러간 돈의 규모는 USD 151 bn으로, 예년의 값인 147 bn을 상회합니다.

이렇듯 벤처계의 ‘쉽게 돈 버는’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드라이파우더가 VC의 손에 쥐여지고 있습니다. 그 어느때보다 VC의 역량이 중요해지는 시점입니다.

지금까지는 철저히 시장 트렌드와 직감, 모멘텀 중심의 전략이 잘 먹혔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철저한 실사를 통한 투자 결정과 기업과의 끈끈한 연대를 바탕으로 한 성장 보조— VC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필요합니다.

더불어, 저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훌륭한 VC가 되려면 야비한 폰지 마인드를 가져서도, 막연한 낙관주의에 빠져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한국 VC는 너무 buyer 중심의 관점에 치중했다고 봅니다. 이제부터는 seller의 관점을 펀드의 전략에 추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바야흐로 대 드라이파우더의 시대입니다. 격변의 시기의 승자가 누가 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듯 합니다.
<킹달러- 달러 잡은 사람이 황제>

요즈음 달러는 신입니다. 원-달러, 파운드-달러, 유로-달러 모두 고점을 뚫고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달러가 강세라는 것은 곧 달러의 구매력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달러를 가진 회사에게는 달러 외 통화로 이루어진 모든 대상이 횡재 기회라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피해를 보는 국가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여러 이슈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영국입니다. 경제도 침체인데 통화 가치까지 하락하니 저렴한 매물이 쏟아진 것이지요.

물론 모든 상황이 속칭 tailwind인 것은 아닙니다. FTC나 DoJ는 PE에 대해 더 빡빡한 잣대를 들이밀 것을 공식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는 그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다는 FT의 전언이 있긴 했습니다.

이렇듯 미국의 바이어들은 킹-달러를 등에 업고 그 어느때보다 bullish한 태세를 갖추고있습니다.

누군가의 행복은 누군가의 불행일까요? 미국과 달리 달러 체계 밖의 바이어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SJL의 SD바이오센서 딜입니다. SJL은 지난 7월에 SD바이오센서 인수를 위해 15억 3,199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하고 연말까지 자금 납입을 합의했습니다.

문제는 그 사이에 환율이 달나라로 가버렸다는 것이죠. 덕분에 SJL은 벌써 한화로 2,000억 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Cross-border deal은 이미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얘기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입니다. 사실 미국을 제외하면 거의 다 비슷할겁니다.

금리가 치솟은 관계로 Financing은 쉽지 않겠지만, PE 산업에 쏟아부어진 돈은 금고에 가만히 박혀있기를 원하지 않을겁니다. 내년 상반기 까지는 dollar-based fund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반면 dollar-denominated asset에 대한 cross-border deal은 여러모로 쉽지 않겠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침착하게 국내 기업을잘 들여다 보는 것이 방법일까요?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Everything in Japan is on sale?

KKR이 일본에 대한 투자를 늘리려고 계획 중입니다. 투자의 범위는 PE부터 부동산, 인프라, 크레딧까지 광범위할 예정입니다.

자체적으로 꼽은 주요 투자 포인트는 1. 엔저와 2. 일본 주식의 낮은 밸류에이션입니다. 2번도 물론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결정적인 포인트는 엔저라고 생각합니다.

엔-USD는 최근 32년 최저(¥149)를 찍었습니다. 역대급 엔저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다른 세계 중앙은행의 QT 기조와 BoJ의 양적완화 정책 사이의 간극인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KKR 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거대 PE인 Blackstone, Bain Capital, CVC, Brookfield도 일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일본 자본시장의 매력도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엔저에 더하여 기존 아시아 투자의 중심이었던 중국이 여러모로 불안정성이 강화된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일본의 투자매력을 향상합니다.

이는 일본 입장에서 마냥 완벽한 호재까지는 아닌데요. 지금의 상황은 환 우위를 무기로 외국 자본이 국내 기업을 ‘사냥’하는 것의 전초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해외 사모펀드의 진입은 시장 전체의 효율성을 재고하는 효과도 있으니 또 그저 부정적으로만 볼 일도 아니긴 합니다. 지켜보아야 합니다.

외국자본이 몰려든 후의 일본 자본시장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국에도 MBK 등 일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범 아시아 펀드가 있는데, 그들도 곧 일본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경우도 눈여겨볼 가치가 있는데요. 일본의 고평가 요인인 환 약세는 한국 원화에도 적용되고, 밸류에이션의 경우 PER 기준 한국이(2022.09 도쿄 거래소 19.50 vs KOSPI 9.26) 오히려 더 낮습니다. 한국 자본 시장 내 외국 거대자본의 활동이 활발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죠.

원저-엔저 시대의 자본시장은 아시아 자본시장의 새로운 챕터를 열고 있습니다.
<엔저- 죽을 맛>

일본이 1990년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Lex의 칼럼입니다.

저번에 말씀드렸다시피 엔화는 최근 32년 저점을 돌파하며 가파른 추락을 보였습니다. 엔 약세의 원인에는 미일 간 금리 정책 차이가 가장 결정적인 듯 보입니다. 그러나 Lex는 그에 더해 투기 자본의 유입도 꽤나 유의미한 영향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엔저가 일본에게 치명적인 이유는 그것이 일본에 가져다줄 편익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현대, 특히 수입 비중이 높은 선진국에서는 원자재 수입에서의 비용이 수출에서의 편익을 상쇄합니다.

일본도 거기서 예외가 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일본 Panasonic의 경우 이번 년초 원재료 비용의 상승에 따른 애로를 말하며 해당 상승분을 모두 고객에게 전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사실 일본은 선진국 중에서도 수입 비중이 높은 편에 속합니다. 특히 에너지와 식품은 수입 비중이 각각 90%, 60%를 초과할 정도로 높은 수입 의존도를 보입니다. 두 품목의 파급력을 감안할 때, 일본은 엔저 발 고물가에 상당히 취약한 구조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의 9월 yoy core CPI는 3.0%로, 8년 내 최고를 돌파했습니다.

일본에게 엔저가 치명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임금입니다. 엔저가 지속된다는 것은 일본 내 임금이 달러 기준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본은 인구 구조상의 문제로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이 필수적입니다. 이는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일본의 실질 임금은 이미 오랜기간 정체했기에 엔저의 지속은 매우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저물가 정책 덕에 일본의 물가는 아직 타 선진국 대비 낮은 편입니다. 이번 3.0% 인플레도 사실 유럽 입장에서 보면 가소로운 수준입니다. 그러나 엔저의 지속이 일본에게 심각한 문제인 것은 분명합니다. 최근 일본 재무상은 “결정적 개입”을 시사했습니다. 과연 일본은 엔저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일각에서는 달러 당 160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Biotech, the sale of the century?>

팬데믹 시기는 바이오 기업에게 말 그대로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그러나 팬데믹이 끝나가는 지금, 바이오 기업은 2000년대 이후 최악의 bear market을 겪고 있습니다. Nasdaq Biotech는 지난 9월 고점 대비 28% 하락했고, S&P XBI 역시 지난 11월 고점 대비 41% 하락했습니다.

Private company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Torreya에 따르면 private fundraising deal의 사이즈는 지난 두 분기 사이 44% 하락했습니다.

“Now cheep is appealing.” seller들의 고통은 곧 buyer의 기회죠.

그러나 모든 기업이 식욕을 돋구는 것은 아닙니다. 관심을 받는 기업과 그렇지 못하는 기업 간의 간극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2022년 상반기 buyer들이 선호한 바이오 기업은 훌륭한 임상 결과를 가진 ‘준비가 완료된’ 기업과 ample room이 창창한 Discovery 단계에 있는 기업입니다. 그리고 하반기에 이른 지금 FT가 제시하는 시장의 아이돌은 이미 좋은 임상 결과를 보유한 성숙한 기업입니다.

바이오 M&A 시장의 핵심 buyer는 대형 제약사입니다.

아시다시피 팬데믹을 겪으면서 그들은 대부분 돈방석에 앉았습니다. 그러나 두꺼운 쩐주의 지갑에도 불구 시장은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했습니다.

주로 지적되는 원인은 seller와 buyer 사이의 밸류에이션 간극입니다. seller들은 최근의 가치 하락을 충분히 납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말이죠.

개인적으로 버티고 있는 몇몇이 백기를 들고 buyer’s price에 맞추기 시작하면 그때가 본격적인 bargain sale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게 되면 얼마나 많은 딜이 발생할까요? 그리고 buyer들은 얼마나 큰 이득을 볼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자본 시장에서 바이오는 팬데믹 전보다 더 주목을 끌 것 같습니다.
<우리 금쪽이 좀 살려주세요- 크레딧스위스>

크레딧스위스는 명실상부 월가의 금쪽이입니다. 최근에는 CS의 역사가 곧 자본시장 흑역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인데요. 전설의 아케고스 사건부터 그린씰, 자금 세탁까지 김전일이나 코난 마냥 시장에 무슨 사건이 터졌다 하면 항상 CS가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덕분에 이래저래 Legal cost도 상당합니다. 벌금을 배 터지게 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에게 자금 세탁 혐의에 대한 벌금으로 EUR 238mn를, 미국에는 금융위기 시절 모기지 채권에 관련한 벌금으로 USD 495mn를 물게 생겼습니다.

그 외 IB 부문에서의 실적 부진까지 겹쳐 크레딧스위스는 현재 막대한 capital hole에 빠진 상태입니다. 덕분에 시장에서 CS의 CDS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덕분에 실제 가능성은 매우 낮긴 하지만 CS의 파산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한때 일종의 밈 주식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룹 입장에서는 굴욕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굴욕은 굴욕이고, 위기는 위기죠. 구조조정 전문가인 CS의 새 CEO “Uli the knife”는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하며 칼을 빼들었습니다. 큰 테마는 두 개— 비용 감축과 사업 구조 재편입니다.

먼저 비용 감축에 대해 다루자면, 회사가 힘들면 사람부터 잘라아죠. 먼저 6,000명 규모의 정리해고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는 전체의 12%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당장 돈이 필요하니 자산도 팔아야 하겠죠. 보유한 타사 지분과 함께 많은 비핵심 자산이 매각 리스트에 올랐는데요, 해당 리스트에는 스위스의 랜드마크 빌딩인 호텔 Savoy도 포함되었습니다.

조직 개편 측면에서 CS가 강조하는 것은 “asset-light, advisory-led”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자산 관리(wealth management)의 핵심사업화와 IB 정리입니다. 그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증권화 상품 부문의 매각과 IBCM(Investment Banking & Capital Market) 부서의 명칭 변경입니다.

CS는 증권화 상품부가 회사의 핵심 사업인 자산 관리와의 시너지가 적으면서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해당 사업부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Apollo 중심의 컨소시엄이 딜 체결에 근접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습니다.

증권화 상품부는 CS에게 적지 않은 돈을 벌어다주는 상품부인데요. 수익성이 높은 사업부를 매각한다는 사실은 CS 조직개편의 진지함과 회사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 CS는 IBCM(Investment Banking & Capital Markets) 부서의 인적 분할 및 옛 이름으로의 명칭 변경(CS First Boston Brand)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번 IB 부서 명칭 변경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 advisory 중심의 이미지 개편과 내부 인력 retention으로 사료됩니다.

CS의 이름은 최근 아케고스 등의 사건을 겪으면서 scandal-prone으로 낙인찍혀 그 값을 많이 잃었습니다. 그 여파는 인력 이탈로도 이어졌는데요. 실제로 회사 최고의 딜 메이커 Jens Welter가 씨티그룹으로 이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명칭 변경은 회사의 네임밸류를 재고함과 동시에 인력 이탈을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이름의 사용권 구매 등의 이슈가 있어 부서 명칭 변경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과연 CS는 이번 위기를 잘 돌파할 수 있을까요? 아직 CS는 갈 길이 멉니다. 애널리스트들은 CS의 조직 개편 비용으로 40억 달러 이상이 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CS의 미래를 어떻게 보시나요? CS는 과연 이번 개혁을 통해 scandal-prone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asset-light, advisory-led”라는 전략은 지금의 CS와 잘 어울릴까요?

개인적으로는 크레딧스위스가 이전의 명성을 회복하는 데에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가지치기를 하면 효율이 올라가기는 하지만, 잃어버린 체급을 되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번 개편은 CS 입장에서 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 망하는 것보단 체급 떨어지는게 나으니까요.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우리의 금쪽이 CS입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실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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