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warded from IT의 신 이형수
신고가 돌파 샴페인을 터트리기 전에…
국내 증시가 신고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기분 좋은 반등이다. 오랜 불안 끝에 찾아온 온기가 반갑다. 그런데 묘하게, 마음 한켠이 무겁다. 축배를 들면서도 손이 잘 올라가지 않는다. 이 감각이 낯설지 않다. 우리는 이런 순간을 한 번 경험한 적이 있다.
1996년. OECD 가입.
우리는 선진국 클럽에 입성했다며 샴페인을 먼저 터트렸다. 거리마다 자부심이 넘쳤고, 우리가 드디어 해냈다는 말들이 공기 중에 가득했다. 그리고 불과 1년 뒤, IMF 외환위기가 왔다. 잔치가 끝나기도 전에 상이 엎어졌다. 기업이 무너지고, 가장이 일자리를 잃고, 금반지를 모아 나라에 바쳤다.
그 기억은 아직도 내 몸속, 아니 이 나라의 DNA 어딘가에 새겨져 있다.
잘 될 때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잔치는 재앙의 서막이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이 70~80%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역대급이다. 법인세가 쏟아져 들어오고, 나라의 곳간이 채워진다. 반도체 두 회사가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을 뛰게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의 담론은 어디에 있는가. 반도체 산업의 혁신은 어디서 이야기되고 있는가.
성과급이다. 노조다. 내 몫이 얼마냐는 싸움이 모든 것을 덮고 있다. 물론 돈은 중요하다. 그 싸움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그러나 번 돈으로 어떤 연구를 하고, 어떤 인재를 키우고, 어떤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 그 질문은 소음 속에 조용히, 너무 조용히 묻혀 있다.
나는 요즘 대만으로 향하는 메모리 수출 동향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본다.
이유가 있다. 우리가 만든 HBM은 TSMC의 CoWoS 패키징을 거쳐 미국으로 간다. 엔비디아의 GPU에 탑재되기 위해서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부품을 만들지만, 최종 조립은 대만이 한다. 그 수수료를, 그 부가가치를, 대만이 가져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모두가 이걸 당연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게 아니다. 이건 구조다. 누군가 설계한 구조이거나, 우리가 방치해서 굳어버린 구조다.
엔비디아와 TSMC는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메모리의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HBM 베이스 다이가 대표적이다. 메모리의 심장부를 설계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다. 우리가 만들면 그들이 통제하는 구조. 그 구조가 고착화되는 순간, 우리는 영원히 가장 힘든 공정을 맡으면서 가장 적은 몫을 가져가는 하청이 된다.
어드밴스드 패키징, 첨단 후공정. 설계와 열 관리, 조립 고도화, 테스트 고도화. 이 영역을 가져오지 않으면 메모리의 부가가치는 결국 천장을 만난다. 그 천장 위를 대만과 미국이 차지하는 동안, 우리는 아래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묵묵히, 오래 서 있게 된다.
지금 주식 수익이 나는 건 기분 좋다. 솔직히, 두근거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 사이클이 피크를 지나고 나면, 우리에게 무엇이 남는가. 메모리 의존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고, 그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 우리 경제는 어디에 기댈 것인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과실을 시스템 반도체로, 파운드리로, 첨단 패키징으로, 고급 인력 양성으로 돌리지 않으면, 지금의 영업이익률 70~80%는 훗날 역사책 속의 숫자로만 남는다. 우리가 얼마나 잘 벌었는지 기록된 숫자로.
2019년, TSMC는 지난 15년간의 밸류 천장을 뚫었다. 그리고 지금의 막강한 해자를 구축했다. 한 순간의 결단이 아니었다. 오랜 투자와 인재 육성과 생태계 설계가 쌓여서, 어느 날 임계점을 넘어선 것이다.
나는 바란다. 우리 메모리에게 2025년이 그런 해가 되기를. 천장을 뚫고, 다음 레벨로 올라서는 원년이 되기를. 투자자로서, 그리고 이 나라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증시의 레벨업은 기업의 레벨업에서 온다. 기업의 레벨업은 산업의 레벨업에서 온다. 그리고 산업의 레벨업은, 지금 이 순간 우리 사회가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서 시작된다.
샴페인은 조금 나중에 터트려도 된다.
지금은 다음을 준비할 때다.
-4월 16일 아침, 아신 이형수
국내 증시가 신고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기분 좋은 반등이다. 오랜 불안 끝에 찾아온 온기가 반갑다. 그런데 묘하게, 마음 한켠이 무겁다. 축배를 들면서도 손이 잘 올라가지 않는다. 이 감각이 낯설지 않다. 우리는 이런 순간을 한 번 경험한 적이 있다.
1996년. OECD 가입.
우리는 선진국 클럽에 입성했다며 샴페인을 먼저 터트렸다. 거리마다 자부심이 넘쳤고, 우리가 드디어 해냈다는 말들이 공기 중에 가득했다. 그리고 불과 1년 뒤, IMF 외환위기가 왔다. 잔치가 끝나기도 전에 상이 엎어졌다. 기업이 무너지고, 가장이 일자리를 잃고, 금반지를 모아 나라에 바쳤다.
그 기억은 아직도 내 몸속, 아니 이 나라의 DNA 어딘가에 새겨져 있다.
잘 될 때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잔치는 재앙의 서막이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이 70~80%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역대급이다. 법인세가 쏟아져 들어오고, 나라의 곳간이 채워진다. 반도체 두 회사가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을 뛰게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의 담론은 어디에 있는가. 반도체 산업의 혁신은 어디서 이야기되고 있는가.
성과급이다. 노조다. 내 몫이 얼마냐는 싸움이 모든 것을 덮고 있다. 물론 돈은 중요하다. 그 싸움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그러나 번 돈으로 어떤 연구를 하고, 어떤 인재를 키우고, 어떤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 그 질문은 소음 속에 조용히, 너무 조용히 묻혀 있다.
나는 요즘 대만으로 향하는 메모리 수출 동향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본다.
이유가 있다. 우리가 만든 HBM은 TSMC의 CoWoS 패키징을 거쳐 미국으로 간다. 엔비디아의 GPU에 탑재되기 위해서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부품을 만들지만, 최종 조립은 대만이 한다. 그 수수료를, 그 부가가치를, 대만이 가져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모두가 이걸 당연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게 아니다. 이건 구조다. 누군가 설계한 구조이거나, 우리가 방치해서 굳어버린 구조다.
엔비디아와 TSMC는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메모리의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HBM 베이스 다이가 대표적이다. 메모리의 심장부를 설계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다. 우리가 만들면 그들이 통제하는 구조. 그 구조가 고착화되는 순간, 우리는 영원히 가장 힘든 공정을 맡으면서 가장 적은 몫을 가져가는 하청이 된다.
어드밴스드 패키징, 첨단 후공정. 설계와 열 관리, 조립 고도화, 테스트 고도화. 이 영역을 가져오지 않으면 메모리의 부가가치는 결국 천장을 만난다. 그 천장 위를 대만과 미국이 차지하는 동안, 우리는 아래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묵묵히, 오래 서 있게 된다.
지금 주식 수익이 나는 건 기분 좋다. 솔직히, 두근거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 사이클이 피크를 지나고 나면, 우리에게 무엇이 남는가. 메모리 의존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고, 그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 우리 경제는 어디에 기댈 것인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과실을 시스템 반도체로, 파운드리로, 첨단 패키징으로, 고급 인력 양성으로 돌리지 않으면, 지금의 영업이익률 70~80%는 훗날 역사책 속의 숫자로만 남는다. 우리가 얼마나 잘 벌었는지 기록된 숫자로.
2019년, TSMC는 지난 15년간의 밸류 천장을 뚫었다. 그리고 지금의 막강한 해자를 구축했다. 한 순간의 결단이 아니었다. 오랜 투자와 인재 육성과 생태계 설계가 쌓여서, 어느 날 임계점을 넘어선 것이다.
나는 바란다. 우리 메모리에게 2025년이 그런 해가 되기를. 천장을 뚫고, 다음 레벨로 올라서는 원년이 되기를. 투자자로서, 그리고 이 나라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증시의 레벨업은 기업의 레벨업에서 온다. 기업의 레벨업은 산업의 레벨업에서 온다. 그리고 산업의 레벨업은, 지금 이 순간 우리 사회가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서 시작된다.
샴페인은 조금 나중에 터트려도 된다.
지금은 다음을 준비할 때다.
-4월 16일 아침, 아신 이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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