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TECHTREE/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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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경로를 통해 접하고 있는 소식을 종합해 보면, 결국 T와 S, 그리고 조금씩 투자를 늘리고 있는 I 모두, 3 나노 공정의 양산은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적어도 1.5~2년 정도씩은 뒤로 미뤄지게 될 것 같다. 애초에 7나노 공정에서부터 수율이 14나노 공정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T사는 수율에 큰 변동이 없다고 강변하기도 했으나, 결과는 공정 단가의 급상승으로 반영된 것을 보면 수율이 크게 저하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

현재로서 5나노 이하의 공정에서 그나마 양산 수율을 제일 높게 가져가고 있는 것은 역시 TSMC다. 아직까지는 현재 양산 공정으로는 최선단 공정인 N5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이어서 3 나노 공정에 투입했어야 하는 CAPEX 비용 대부분을 N5 공정 확장에 투입하기도 했다 (수요 대부분은 애플, AMD, NVIDIA, 미디어텍 등). 실제로 T사는 올 상반기에 N5 공정을 조금 더 확장하여 (25% 이상 캐파 확장),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로 애플의 A15, 16, NVIDIA의 호퍼/에이다 러브에이스, 미디어텍의 디멘시티 9000 대응). 대략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14-15만 장 수준의 캐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T사 역시 장기적으로는 N5 공정, N7 공정의 비율을 줄여가는 동시에 조금씩 N3 공정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N5 공정에 비해 적어도 트랜지스터 밀도가 60% 이상 높은 N3E 공정이 이미 상반기에 완성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아마 TSMC는 N3 공정 (N3E 공정에 비해 EUV 레이어 숫자를 늘려서 트랜지스터 밀도를 10% 이상 높인 공정)을 2024년 후반기쯤에는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T사 입장에서 위기이자 기회는, 그들이 추구하는 N3 공정까지의 기본 스펙은 여전히 FinFET이라는 것이다. 기회가 될 수 있는 점은 이전 공정의 노하우 (유전재료, form factor, 노광 조건 등)를 비교적 쉽게 차용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위기는 이전 공정만큼의 수율이 절대 나올 수 없다는 점이다. T사 내부의 정보를 종합해 보면 T사의 N3E 공정 수율 역시 50% 미만인 것으로 보이며, 이는 그나마 가장 간단한 수준의 die에 대해서만 적용한 것임에도 겨우 보이고 있는 수치임을 생각해 볼 때, 실제 각 고객사가 요구하는 다양한 컴포넌트들이 들어갈 경우, 실 수율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애플은 자사의 A16을 N3 혹은 N3E 공정을 통해 생산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양산 수율이 단가 기준에 맞지 않아, N5 공정의 옆그레이드판인 N4 공정을 거칠 것임도 알려져 있다. 다만 T사 입장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2020년 4분기부터 본격화된 N5 공정의 안정화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고, 2021년 4분기에는 5나노 공정의 이익 점유율이 전체의 1/4에 달할 정도가 되었다는 것인데, 이는 그만큼 고단가의 공정 점유율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손에 쥘 수 있는 현금이 더 풍족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이 현금은 다시 설비 투자 확장으로 이어질 것인데, N5 확장은 물론, N4, 그리고 N3의 양산 안정화에 대거 투입될 것이다.

삼성의 경우 현재 7나노, 5나노 공정 모두 예상했던 수율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정보를 종합하면 7나노는 35% 이하, 5나노는 20% 이하), 이러한 수율은 주요 고객사의 단가 기준에 맞지도 않을 뿐더러, 양산 캐파의 잇점을 누릴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애써 확보한 주요 고객사의 차기 물량을 T사에게 뺏기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삼성은 파운드리 사업에 비교적 늦게 뛰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T에 버금가는 CAPEX 비용을 기록할 정도로 공격적인 투자를 지난 3년 간 이어 왔고, 특히 2023년을 기점으로 T사보다 먼제 3 나노 공정 양산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였지만, 현재로서는 잡히지 않는 수율 문제 때문에 3나노 공정의 양산은 적어도 2년 뒤로 미룰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예상된다.

삼성이 추구하는 3 나노 공정은 T사와는 달리, 본격적으로 FinFET 시대와는 안녕을 고한다. FinFET에서 GAAFET으로 가면서 트랜지스터 밀도는 비슷하게 가되, 전력 소모율을 절반 이하로,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열전달 효율도 20% 이상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목표대로만 만들어진다면 확실히 T사의 FinFET 3나노 공정에 비해 여러 장점이 있을 것임에는 틀림 없다. 다만 GAAFET의 form factor를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술적 실증 가능성과 별개로, 애초에 5나노 공정부터 10%의 수율에 가로 막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3 나노 공정의 양산에 충분히 투입되어야 하는 CAPEX 비용이 다시 5나노, 7나노 공정으로 되돌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 했던 공정 추가 비용, 인스펙션 비용, 장비 개조 및 안정화 딜레이에 따른 비용이 추가되고 있다.

삼성 입장에서 안 좋은 소식은 삼성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 T사는 추가로 확보한 고객, 그리고 더 높인 단가에서 발생한 추가 이익을 다시 선단 공정의 CAPEX로 투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TSMC는 2020년 기준, CAPEX가 170억 달러 정도였는데, 그 중 60% 이상이 7 나노, 5나노 선단 공정 안정화 및 확장에 투입되었다. T사는 2020, 2021년 2년 동안 기록한 기록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2022년이 되자 CAPEX 투입을 400억 달러로 급증시켰는데, 당연히 이 대부분은 N5, N4, 그리고 N3 공정의 양산과 확장에, 그리고 일부는 본격적으로 GAAFET으로 넘어가게 될 N2 공정 테스트로 들어가게 된다. 이와 동시에 미국의 인텔은 대규모 투자를 18A 공정에 투입하며 삼성을 압박하고 있기도 하다. 인텔도 2020년 40억 달러 수준이었던 CAPEX 투입을, 2022년에는 260억 달러 수준으로 급증시켰으며, 미국 정부의 반도체 투자 정책 강화의 물살을 타고 이 투자 기조를 향후 몇 년 동안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텔의 투자자 삼성을 초과한다고 해서 인텔이 바로 3 나노 이하 공정에서의 파운드리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 기대하기는 난망이지만, 이러한 투자가 향후 5년 이상 지속될 경우, 업계의 2인자가 바뀔 수도 있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 인텔은 2025년 이전에 18A 공정으로 가는 것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다. 삼성의 경우 2020년 100억 달러에서, 2022년에도 130억 달러 수준으로 소량 증가하는데 그쳤는데, 이는 삼성이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7 나노, 그리고 5 나노 공정에서의 수율이 기대에 한참 못 미쳐 그로 인해 악화된 수익성, 그리고 고객의 선주문량 확보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의 양산 테스트 역시 3 나노는 아직 무리고, 그나마 4LPX, 4LPE 정도에서 정체된 것으로 보이며, 4나노 공정에서의 트랜지스터 밀도 향상 수치가 기대 이하, 그나마 유전 재료의 퀄리티 강화가 쉽지 않아서 전력 소모율도 기대 이하로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 입장에서는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GAAFET 으로의 폼팩터 전환이 일종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전 세대 공정에서 기술 성숙도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3 나노 GAAFET 공정의 수율 역시 10%대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딜레마다. 전통적으로 삼성은 공정 단계에서의 기술적 우위를 앞세워 양산까지 선형으로 이어지는 전략을 추구하면서 경쟁사를 압도하는 전략을 취해 왔지만,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전인미답의 영역에 먼저 발을 들여 놓는 모험을 시도한 결과가 크게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이고 있어, 기술적 우위를 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4나노 공정에서마저 (소문이 사실이라면) 35% 이하의 수율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라면 (그래서 아마도 4LPX 공정 (5LPP와 사실상 동일)을 활용하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Gen1 물량이 철수된 것으로 추측), 아예 폼팩터가 바뀌는 3나노 공정에서의 수율은 정말 최악의 경우 한 자리수 %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율의 악화는 수익성의 악화는 물론, 파운드리라는 사업의 특성상 고객사가 파운드리에 대해 갖는 품질 신뢰 수준이 저하되는 것을 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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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사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이 파운드리 사업의 주요 관건인데, 이 부분에서 밀리면 수익의 악화보다 사실 더 뼈아픈 손실을 입게되는 구조다. 당초 목표했던 2023년은 커녕, 그나마 현실적으로 연기했던 2024년 3 나노 GAP 양산은 아마도 확실히 어려울 것이고, 수율 기준을 50% 수준으로 목표로 잡는다면 현재 추세로는 2025년 하반기 정도에야 비로소 양산해볼만한 수율이 잡히지 않을까 추측된다.

사실 3나노 이하의 공정에서 양산이 충분히 가능할지 여부는 삼성만 안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T사 역시, 3나노 공정의 실제 양산 돌입 시기는 매년 뒤로 미뤄지고 있고, 실제로 T사의 2나노 공정의 경우, 당초 계획보다 1.5 년 이상 미뤄진 상황이다. (2025년 하반기 정도가 현재 목표. 아마 첫 고객은 애플이 될 것임.) 인텔은 2나노 공정에 해당하는 18A, 14A에서의 리더쉽을 되찾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과거 14나노에서 10나노까지 가는데 무려 예정 시간보다 3배 가까운 딜레이를 겪었던 전력이 있는지라, 과연 2020년대 후반에 권토중래가 실제로 가능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만 인텔은 선단공정보다 후공정, 특히 패키징에 강한 특징이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는 있다.

종합해 보면, 앞으로의 파운드리 쪽 경쟁은 수율, 안정화, 그리고 자본의 싸움이 될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3나노, 혹은 2나노 공정의 수율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잡힐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나, 과연 예상하지 못 한 지연을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느냐의 게임으로 흐를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그 지연되는 시간 동안 뺏겼던 고객사들을 어떻게 다시 찾아올 것이고, 단순히 욱여넣기 게임이 아닌, 소모전력량과 발열문제를 잡는 게임으로 조금씩 실제 전장이 옮겨갈 것이다. 특히 점점 다변화된 프로세서 설계 요구 조건을 반영한 맞춤형 공정이 중요해지는데, 이는 5나노, 7나노 공정이 당분간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 주어야 함을 의미한다. 삼성 입장에서는 3나노 이하의 영역에 대한 투자 비중의 일부를 다시 5, 7나노 공정의 안정화, 그리고 캐파 확장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

권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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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쓴 반도체 산업의 위기 상황에 대한 글에 대해 페친 한 분이 질문을 주셔서 답글을 달다가, 아예 글을 하나 따로 쓰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씁니다.

현 시대의 제조업은 겉으로 보기에는 비교적 고르게 발전해 온 것처럼 보입니다. 20세기 초반의 자동차와 항공기, 그리고 전함과 21세기 초의 테슬라, F22, 이지스함을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죠. 그렇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사실 모든 산업은 제각각 발전 속도가 다릅니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발전 속도가 느린 산업은 전반적인 산업 발전 속도의 병목 (bottleneck이 되죠). 이렇게 모든 산업 분야의 기술이 고르게 (혹은 고른 속도로 혹은 고른 다양성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보니, 결국 그러한 차이가 누적되면 그 산업 (즉, 상대적으로 뒤쳐지는 산업)에 문명의 응력이 누적된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장 SW와 HW의 기술 격차만 따져도 발전 속도의 격차가 정말 크게 벌어지고 있죠. 예를 들어 딥러닝 기반의 NLP만 살펴 보더라도, SW 상에서 거대 언어 학습 모델을 만들기 위해 수십, 수백 억 개의 파라미터로 구현될 수 있는 GPT2 같은 알고리듬이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 발전하고 있으나, 정작 그것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꿈의 GPU는 현재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결국 GPU 수천, 수만 장을 병렬 연결하여 겨우겨우 알고리듬의 구현 정도에서 SW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

사실 특정 산업군에서, 특히 HW 수준에서의 바틀넥이 생기는 주 원인 중 하나는 결국 소재 문제입니다. 최근 사람들이 '소부장'이 중요하다느니 의존을 줄여야 한다느니 많이들 언급하지만, 결국 문제의 원류를 따라가면 소재 문제로 봉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10나노 이하의 초미세 패터닝 기술 역시, 결국 소재의 문제입니다. 14 나노 공정에서 썼던 유전체 소재가 먹히지 않고 있는데, 이는 소재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고, 같은 소재에 대해 훨씬 더 짧은 파장의 EUV 광원과의 interaction 문제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EUV 파장 대역에서 이에 특별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전율을 가진 소재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또한 수 나노미터 수준의 물리적 feature size를 갖는 (예를 들어 두께) 무기물 유전재료를 만드는 것도 어렵거니와, 디자인 스펙대로 LER (line edge roughness) 혹은 interface roughness 를 만드는 것도 점점 어려워집니다.

이렇게 첨단 산업에서 중요한 소재 단계에서 바틀넥이 생겨날 수 밖에 없는 원인은 간단합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원소의 개수가 정해져 있고, 인간은 원소주기율표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죠. 양자역학이 틀리지 않는 한, 모든 소재의 전자 구조는 고정되어 있고, 이들이 어떠한 결정 구조를 갖느냐에 따라 이들의 전기적, 광학적, 물리적, 화학적 성질이 모두 결정되어 버립니다. 전기전도도, 광흡수율, 유전율, 굴절율, 열전도율, 열팽창률 같은 반도체 공정에서 중요한 물성들은 이미 소재의 원소주기율표과 결정구조에서 다 결정되어 버립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이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서로 다른 원소들을 섞는다든지 (composite, alloy, mixture, doping 등), 원자나 나노 수준에서 일부러 특정한 위상 결함을 유도하든지, 결함의 공간 상관성을 제어하는 정도 밖에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나노 스케일에서 만드는 메타재료 (metamaterials) 같은 것들이 그런 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자체도 이미 그러한 수준에서 나노 구조를 만들기 위한 과정 자체가 바틀넥이 됩니다. 예를 들어 수~수십 나노미터 수준에서의 precision을 갖는 3차원 메타재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그 정도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공정 기술과 소재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소재에서의 바틀넥을 쉽게 뛰어넘을 수 없으니, 다른 공정 기술 (광원 기술 등)이 급격하게 발전한다고 해도 결국 소재를 기다리는 수 밖에는 없죠. 최근 들어 머신러닝 기법이 발전해서 예전보다는 훨씬 더 높은 효율로 소재 단계에서의 스크리닝이 이뤄지고 있고, 다양한 조합을 virtually 실험하고 있습니다만, 그렇게 찾은 최적의 조합을 실제로 실험적으로 안정된 상태로 만들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애써서 AxB1-xCyD1-yEzF1-z 같은 화합물반도체 소재가 특정 목적에 최적이라는 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고 해도, 그것을 합성할 수 있는지 여부, 혹은 합성했다고 해도 다른 불순물과 분리하여 순도를 충분히 높일 수 있는지 여부, 순도를 높였다고 해도, 그 비용이 충분히 경제적인지 여부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또한 그렇게 만들었다고 해도 워낙 수율이 나쁠 수도 있고, 혹은 자연 상태에서의 수명이 짧을 수도 있고, 혹은 공정에 적용했을 때 생각하지 않았던 (예를 들어 뒤틀림, 쪼개짐 등) 부작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 반도체 산업을 위시로 하는 첨단 산업의 기초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소재 산업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런데 소재 산업은 사실 공학이라기 보다는 기초과학에 가깝습니다. 물론 공학에서 재료공학이라는 분야가 있고, 실제로 재료공학에서 반도체 소재에 대해 많은 기여를 하고 있으나, 재료공학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기초과학입니다. 즉, 열역학부터 시작해서, 재료역학, 고체물리학, 양자역학, 결정학, 야금학, 통계물리학, 고체화학, 무기화학 같은 학문들이 바로 그러한 기저를 이루는 것이죠. 그래서 길게 본다면 소재 산업을 더 키워야 하고, 그말인즉슨 그와 관련된 기초과학을 더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연구를 더 많이 지원해야 함을 뜻하기도 합니다.

중국이 지금은 비록 미국에게 반도체 원천 기술 확보 과정의 주요 지점에 대해 혈이 제대로 눌려 있는 상황이나, 사실 중국은 지난 20년 간 전 세계 탑 수준으로 소재 분야 연구를 지속 발전시켜 이제는 일본이나 한국은 물론, 미국을 논문의 양이나 질 모두 압도할 정도까지 올라 왔습니다. 실제로 재료 분야 주요 탑저널에서 중국인 저자가 포함된 연구 논문이 전체 논문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까지 이르고 있고, 이 비율은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히 이는 중국 정부가 재료 분야를 포함, 반도체 산업 관련 R&D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20년 넘게 쏟아 부은 결과이며, 중국 정부는 당분간 이 투자 기조를 멈추지 않을 것이므로 앞으로는 중국과 다른 나라 사이의 소재 혁신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소재에서 혁신이 나오고, 그 혁신을 반도체 산업의 다음 혁신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중국에서 나오게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도 지난 30여년간 짧은 시간 동안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여 세계적 수준까지 올려 놓는데에는 성공했지만, 현재 삼성이 겪고 있는 공정의 난제에서도 보듯, 혁신의 동력이 다 하면 더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일본이 반도체 산업에서 비록 지금은 왕좌의 위치를 잃어버린 상황입니다만, 일본의 기초과학 저력을 생각해 보면 언제든 일본은 권토중래할 수 있고, 한국은 지금의 일본 같은 위치로 내려갈 수도 있음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현재로서은 파운드리 산업에서의 존재감이 전체의 5% 수준 정도로서 크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러한 점유율은 언제든 자본이 뒷받침되는 한 지각변동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은 T사 천하로 볼 수 있을 정도로 T를 위시로한 대만의 파운드리 산업 점유율이 전체의 2/3 이상을 점유할 정도이지만 T의 고민도 결국 소재와 공정 혁신에 있기 때문에, T역시 똑같은 문제에 봉착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결국 2020년대 후반 즈음에는 공정에서 누가 먼저 EUV를 안정시켰느냐와 더불어, EUV에 걸맞는 소재의 혁신을 누가 먼저 만들었느냐가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열과 성능 모두 잡아야 하는 외줄타기 기술이 중요해질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권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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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놈 될
재계순위투자법

1. 재계순위란?

올해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재계순위를 발표했다.

재계순위의 공식명칭은 공시대상기업집단이다. 하지만 흔히 재계순위라고 통용되며,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보도자료에 재계순위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재계순위에 오르면 각종 공시의무가 부과되고, 사익편취 규제의 대상이 된다.

2. 대한민국의 현실을 지배하는 재계순위

재계순위는 대한민국 기업의 파워를 상징한다. 언론에서도 기업을 칭할 때 재계순위를 의식한다. 각종 의전도 재계순위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취업할 때도 상위 순위의 기업에 취업하기를 원한다. 상위 순위 기업이 임직원들에 대한 대우도 좋다. 임직원들도 더 자부심을 가진다. 대해보면 실제로 상위 순위의 대기업이 더 좋은 인재풀을 가지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생각해보면 대치동의 높은 학구열도 (의대를 목표로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많은 부모가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입학해, 궁극적으로 높은 순위의 기업에 취업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겼다.

그러고 보니 내가 변호사가 되었을 당시만 하더라도 상위권 대기업과 변호사의 연봉은 큰 차이가 났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강남의 아파트들은 왜 비싼가? 수많은 네트워크와 정보를 포함한 무형의 사회적 자산이 강남 아파트에 있기 때문이다. 재계순위가 높은 기업에 취업하고, 승진하고, 자리를 보전하기에 강남 아파트에 사는 것이 지방의 중소도시에 사는 것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내외에서 거래를 하거나 투자를 받기에도 재계순위가 높은 게 유리하다. 외국에서도 대한민국의 재벌은 인정한다.

승자독식의 산업구조에서 승자의 위치다.

올해 재계순위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상위 5개 기업집단에서 순위변동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만큼 공고하다.

3. 재계순위공식

대한민국의 현실은 재계순위를 따른다. 하지만 투자를 할 때는 알지도 못하는 기업에 투자한다. 투자를 도박으로 보기에 현실과 유리된 투자를 하는 것이며, 유독 투자를 할 때만 바보가 되는 것이다.

가치투자자라면 거꾸로 하면 된다. 재계순위를 살표보고, 상위에 있는 기업임에도 시가총액이 낮다면 저평가일 확률이 높다. 어쩌면 PER이나 PBR보다 대한민국에서는 더 정확한 척도일 수도 있다. 지주회사에 투자한다면 특히 그렇다.

단, 재계순위의 자산은 부채도 포함하므로, 부채가 높은 기업은 조심하자.

심혜섭
👍2
한국 주가 지수/ 한국 주가지수 상대비율.

다음은 블랙록 한국 펀드 EWY보다 미국 대형주 펀드 SPY로 나눈 상대비율 차트이다.

경기 회복기였던 2001년부터 2008년, 2009년부터 2011년에는 한국의 주가지수가 미국 주가지수보다 월등히 높게 올랐다.

그러나 경기 침체기였던 2011년 이후 지금까지 2016-2017, 2020년의 일시적 상승기를 제외하고 한국 주가는 미국 주가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오르거나 하락하였다.

그러나 이런 모든 과정이 마무리된 듯 하다. 이것은 미국 기업의 Valuation이 건설이나 철강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PSR이 5가 넘는 반면, 한국 기업은 대개의 경우 PSR이 1.0 이하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따라서 지금을 기점으로 하여 앞으로 한국의 주가는 미국 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단히 높게 상승하게 될 듯 하다. 한국 주가의 대세 상승이 본격화되는 시점이 된다.

김철상
😁2👏1
LIFE-TECHTREE/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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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돈을 가져와서 한국에 뿌리는 것임.
일종의 양적 완화라고 할 수 있음.

최성식
LIFE-TECHTREE/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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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조사가 제대로 된건가...
관계를 잘하는 사람의 특징

주말에 슈카월드 라이브를 듣다가
노홍철 이야기를 하면서 처음 보는 사람도
참 중요한 사람처럼 생각이 들게 만든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관계를 잘하는 사람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잘챙기고 밥을 내가 사고 하는것도 있지만
“너는 나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야”
라는것을 상대방이 알게 해주는것이다.

어떤 일에도 너 덕분이라고 이야기해주고,
난 언제든 너와 같이 할수 있다는 느낌을 주고,
내가 너와 생각이달라고 니생각도 좋은것겉으니
들어볼게 같은 태도도 중요하다.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모든 비즈니스는 관계에서 시작되는것이다.

비즈니스나 제품만 좋아보이면
고객(소비자)는 진짜 좋은건지 확인을 하려고
내가 신뢰하지 않는 많은 리뷰를 찾아보고 마음에
위안을 얻지만

그 사람이 나랑 관계를 맺고 있는 상태에
신뢰하고 믿음 직한 사람이면
다른걸 다떠나서 이유가 있겠거니하면서
같이 비즈니스를 하던, 물건을 구입하던지 한다.

홍보나 마케팅보다, 관계가 중요하다.

심성재
7
혁신의 비결은?

1.요즘 엘론머스크가 화제이다.

2. 스페이스 창업초기, 엘론머스크는 사람들을 화성에 데려가는 프로젝트를 위해 로켓을 확보하려 했다.

3. 그런데 가장 저렴한 미국로켓이 한대당 6500만 달라였다. 두대가 필요한데 비용이 너무 높았다.

4. 이때 러시아에 가면 저렴하게 구입할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러시아에 갔다. 러시아에서는 1500~2000만 달라였다. 이것도 너무 비용이 높다고 그는 포기한다.

5. 이후 창업 6년후 그는 단돈(?) 700백만 달라로 첫 로켓 팰컨1호를 발사한다.

6. 과연 어떻게 했을까? 그는 물리학 전공자 답게 문제를 나누어서 근본에서 생각했다. 러시아 미팅후 로켓의 구성요소를 분석했다. 그리고 놀란것은 알루미늄. 합금, 티타늄, 탄소섬유 등 로켓제작에 필요한 재료비가 고작 로켓가격의 2프로임을 발견하게 된다.

7. 이에 그는 적합한 팀을 구성하고 설계와 제작에 최신기술 적용함으로 적은 비용의 로켓 제작하게 된다.

8. 그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사업들에서 혁신을 이루었다. 언젠가 ted의 크리스 앤더슨이 이 비결을 질문한적이 있다.

9.이에 그는 자신의 "사고법"이 비결임을 말한다. 그 사고법은 "물질의 근본적인 것까지 파고들어서 그로부터 다시 생각해 나가는 것" 즉, 분해 후 본질을 찾아 다른 방식으로 재조합하는 것이다.

10. 그는 이렇게 말한다. 보통 사람들은 어떤 것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약간의 변화만을 주어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도 이 방법이 나쁘다고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인가 완전히 새로운 것을 할 때는 그렇게 접근을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11. 혁신을 이루어내려면?
1) 기존의 것을 개선하려 하지 않는다
2) 기존의 것을 쪼갠다. 그리고 근본에서 다시 생각한다.
3) 다른방식으로 조합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혁신의 비결은 analogy가 아니라 principle이다.

신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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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를 오늘부터 연재합니다. 온라인이니까 분량 무시하고 "최대한 깊게, 최대한 자세하게" 쓸 예정입니다. 처음 열 몇 편정도는 <찰리 멍거의 투자철학>을 집중적으로 게재할 예정인데,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PS 파고 들면 들수록 멍거와 버핏은 정이 간다. 꼭 둘 다 110살까지 건재하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3년 안에 미국에 가서 꼭 한 번 보고 싶다. 꼭!

#2019년버크셔해서웨이주주총회
#2021년CNBC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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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옆에 늘 있는 "가난한 찰리"가 말하는 투자철학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찰리 멍거의 투자철학①
[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먼저 찰리 멍거의 '가난한 찰리의 연감'(Poor Charlie's Almanack)을 통해 멍거의 투자철학을 살펴봅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전 세계 투자자들의 우상이다. 모두가 버핏의 생각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런데 워런 버핏이 항상 의견을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찰리 멍거(98)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이다.

찰리 멍거는 버핏의 친구이자, 변호사, 조언가이며 동시에 '데블스 에드버킷'(Devil's Advocate·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맡고 있다. 버핏은 멍거를 '끔찍한 노맨(예스맨의 반대)'이라고 장난스레 호칭한 바 있다.

1964년 워런 버핏이 직물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하고 몇 년 뒤 찰리 멍거가 회사에 합류했으며 버크셔의 시가총액은 약 7만3000배 상승했다. 1000만 달러에 불과하던 시가총액이 무려 73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성장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버핏뿐 아니라 그의 동반자 멍거가 어떤 인물인지도 알아야 한다.

1. 벤자민 프랭클린과 햄스터 키우기에 빠진 멍거

찰리 멍거는 여동생 메리, 캐롤과 함께 던디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과 친구들의 전통적인 지혜에 도전하기를 즐겼다. 그 배경이 된 건 전기를 비롯한 왕성한 독서를 통해 끊임없이 늘어난 멍거의 지식이다.

특히 벤자민 프랭클린의 격언은 멍거가 박학다식한 괴짜 정치인이자 발명가 벤자민 프랭클린에게 빠지게 만들었다. 멍거의 부모인 알프레드 멍거와 플로렌스 멍거는 아이들의 독서를 권장했으며 크리스마스 선물로 책을 몇 권씩 선물했다고 한다.

멍거의 친한 친구 집 부근에는 의사 데이비스 부부가 살았다. 멍거는 아버지의 절친이자 가족 주치의인 데이비스 부부의 집에서 의학저널을 자주 읽었으며, 멍거의 평생에 걸친 과학에 대한 관심도 이때 형성됐다.

나중에 버핏을 알게 된 것도 바로 데이비스 부부를 통해서였을 만큼 이 부부는 멍거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멍거는 평범한 소년의 모습도 보였는데, 대표적인 게 햄스터 키우기다. 멍거는 취미 삼아 햄스터를 길렀으며 종종 친구들과 햄스터를 거래했다. 이때도 멍거는 뛰어난 협상기술을 드러내며 가지고 있던 햄스터를 더 큰 햄스터와 바꾸거나 희귀한 털색깔을 가진 햄스터와 교환했다고 한다. 하지만 햄스터가 35마리까지 늘어나자 멍거의 햄스터 키우기는 막을 내렸다. 그동안 멍거의 지하실 햄스터 농장에서 풍겨오는 악취를 참아오던 멍거의 어머니가 햄스터 키우기를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멍거는 공립학교인 센트럴 하이스쿨에 진학했으며 논리적이고 왕성한 호기심으로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1941년 센트럴 하이스쿨을 졸업한 17살의 멍거는 미시간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오마하를 떠난다. 당시 수치적인 논리에 매혹된 멍거는 수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했으며 물리학에도 큰 관심을 가졌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 중인 1943년, 멍거는 미 육군 항공단에 입대했으며 항공단 소속으로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에서 9개월 동안 기상학을 공부했다. 멍거는 학사학위가 없었지만 소위로 임관됐으며 기상장교로 복무하다가 1946년 제대했다.

제대 후 멍거는 학비와 주거비용을 지원하는 제대군인원호법(GI Bill)을 이용해 하버드대 로스쿨에 입학신청서류를 접수했다. 학사학위가 없어서 떨어질 위기에 처했지만, 멍거는 가족의 친구인 로스코 파운드 전 하버드 로스쿨 학장의 도움으로 무사히 로스쿨에 입학한다. 간신히 로스쿨에 입학했지만 성적은 출중했다. 1948년 24살의 멍거는 전체 인원 335명 중 12명만 받은 영예인 '마그나 쿰 라우데'(Magna cum laude·우등)로 졸업했다.

2. 마침내 만나게 된 멍거와 버핏

멍거와 버핏이 서로를 알게 된 과정도 재밌다. 2021년 6월, 버핏과 멍거가 함께 한 미국 경제방송 CNBC와 인터뷰에서 버핏은 둘이 알게 된 과정을 이렇게 소개했다.

버핏: 오마하에 매우 유명한 의사 부부가 있었는데, 에디 데이비스와 도로시 데이비스였습니다. 나를 부른 사람은 부인이었습니다. 모두 그녀가 주도했는데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자금을 운용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도 알고 싶고요."

그래서 나는 부부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자신감이 넘쳤던 나는 당시 주식에 관한 이야기를 빗발치듯 빠르게 퍼부었습니다. 매우 현명한 도로시 부인은 내 이야기에 빠짐없이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궁지에 몰린 듯 주저하는 모습이었으며 그다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내가 이야기를 모두 마치자 부인은 남편을 바라보면서 말했습니다. "버핏에게 10만 달러를 맡기려고요." 당시 내가 운용하던 자금은 약 50만 달러였으므로, 10만 달러는 거금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정중하게 말했습니다. "남편께서는 내 이야기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10만 달러나 맡기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물론 실제 표현 방식은 이보다 훨씬 더 신중했습니다.

남편이 나를 보면서 말했습니다. "당신을 보니 찰리 멍거가 떠올라서요."

나는 말했죠. "찰리 멍거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에 드는군요."

1959년 아버지가 사망하자 오마하를 방문한 멍거를 데이비스 부부가 저녁식사에 초대했고 그날 버핏도 함께했다. 멍거와 버핏은 만나자마자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를 만난 듯 의기투합했으며 시가총액이 7만3000배 상승한 버크셔 해서웨이의 역사도 이날 시작됐다.

멍거는 1978년 버크셔의 부회장이 됐다. 이후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버핏과 멍거는 파트너로서 버크셔 해서웨이를 함께 키워나갔다. 버핏이 멍거라는 훌륭한 조력자를 만나지 못했다면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금처럼 시총 7300억 달러가 넘는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버핏이 공식석상에서 멍거를 자주 비즈니스 파트너로 추켜세우는 이유다.

3. '가난한 찰리'의 연감

버핏에 관한 책은 많지만, 버핏이 직접 쓴 책은 없다. 그런데 멍거는 'Poor Charlie's Almanack'(가난한 찰리의 연감: 멍거가 존경하는 벤저민 프랭클린이 펴낸 'Poor Richard's Almanack'을 모방한 제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아쉽게도 한국어 번역판은 출판되지 않았다.

멍거의 오랜 친구인 피터 카우프만이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편집까지 한 책이다. 2005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실수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버핏의 답변에서 이 책이 언급된 적이 있다.

버핏: 첫 단계는 함정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찰리가 저서 'Poor Charlie's Almanack'에서 다양한 함정을 소개하고 있으므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이러한 함정에 좀처럼 빠지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보다 덜 빠진다는 말이지 아예 안 빠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멍거: 큰 부자가 되기 위해 완벽한 지혜를 갖출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평균보다 조금만 더 나으면 됩니다.

버핏: 곰에게 쫓겨 달아나던 두 사내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한 사내가 다른 사내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곰보다 더 빨리 달릴 필요는 없어. 자네보다 빠르기만 하면 돼!"

멍거: 피터 카우프만이 편집한 책입니다. 그가 출간 아이디어를 제시하자 워런이 열광했습니다. 책 제목이 우스꽝스럽지요. 이 간단한 책에 나오는 내용을 모두 이해하면 게임에서 훨씬 앞서갈 수 있습니다.

버핏: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책입니다. 인생에 대해 많이 배우고 돈도 벌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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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찰리의 연감'은 3조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억만장자가 쓴 책 치고는 제목부터 역설적이다. 멍거는 살 만큼 살았고 돈도 많고 아쉬울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다. '가난한 찰리의 연감'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하다. 그러면서도 군데군데 보석 같은 투자와 삶의 지혜가 흩어져 있다.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멍거는 버핏에게 답변할 기회를 넘기면서 항상 "나는 추가할 내용이 없다"(I have nothing to add)고 말하지만, 사실 멍거는 할 말이 많다. '가난한 찰리의 연감'은 멍거가 투자자들, 더 나아가서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100년 가까이 살아온 현자의 지혜가 넘친다.

십여 년 후 성인이 되는 자식에게 책 한 권을 추천해야 한다면, 주저없이 이 책을 권할 것이다. 20년 전 멍거가 한 강연이 여전히 유용한 것처럼 십몇 년 후에도 멍거의 투자 지혜는 빛이 바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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