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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eefold Forge: ‘AI Debt Clears, But Not Cheaply’

1,150억달러의 주문은 AI 채권시장이 다시 열렸다는 신호지만, 자금이 싸게 돌아왔다는 뜻은 아니다

알파벳의 250억달러 투자등급 채권 발행에 최대 1,150억달러의 주문이 몰린 것은 AI 부채시장이 다시 열렸다는 신호지만, 자금이 싸게 돌아왔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주문 규모는 오라클의 1,290억달러, 아마존의 1,260억달러에 이어 올해 최대급이며, 거래는 2년에서 40년까지 10개 만기로 쪼개졌다. 최장기물은 미 국채 대비 130bp의 가산금리에서 가격이 정해졌다. 최초 제시된 155bp보다는 좁혀졌지만, 평소보다 후한 신규발행 프리미엄이 수요를 끌어낸 핵심이었다. 지난달 기술채권은 공급 홍수와 AI 인프라 과잉투자 우려로 약세를 보였고, 알파벳의 2월 발행물조차 발행가보다 넓은 스프레드에서 거래되고 있다. 따라서 1,150억달러의 주문장은 무조건적인 신뢰투표라기보다, 우량 발행자가 충분한 수익률을 제공하면 시장이 대규모 물량을 흡수할 수 있다는 가격발견이다. 주문은 박수였지만, 높은 쿠폰이 입장료였다. 채권시장 문은 닫히지 않았지만, 손잡이는 이제 투자자가 쥐고 있다.

알파벳은 현금부자 플랫폼에서 반복적으로 자본시장을 찾는 AI 인프라 발행자로 변하고 있다

더 중요한 변화는 알파벳이 현금부자 플랫폼에서 반복적으로 자본시장을 사용하는 AI 인프라 발행자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이후 채권 발행액은 1,140억달러를 넘어 AI 관련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됐고, 올해 상반기에는 달러뿐 아니라 스위스프랑, 파운드, 유로, 캐나다달러, 엔화 채권까지 합쳐 500억달러 이상을 조달했다. 같은 기간 주식도 약 850억달러 발행했다. 향후 미국 달러채를 연 2회 정례적으로 발행하겠다는 메시지는 돌발적인 대규모 공급에 대한 불안을 줄이려는 동시에, AI 설비투자가 일회성이 아니라 장기 자금수요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유동성 위기라기보다 자본구조의 재설계다. 장수명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자산을 장기부채로 매칭하고 현금을 보존할 수 있지만, 반복 발행은 기존 채권의 스프레드 상단을 눌러 발행자의 재무 유연성과 채권자의 가격 부담을 맞바꾼다. 공급 일정을 투명하게 만드는 일은 불확실성을 줄이지만, 공급 자체를 없애지는 않는다.

핵심은 시장의 수용능력이 아니라 가격이며, 대형 주문장이 AI 투자수익률까지 보증해주지는 않는다

이번 흥행은 AI 설비투자의 경제성이 검증됐다는 증거보다, 신용시장이 ‘얼마까지 빌려줄 것인가’에서 ‘어떤 가격이면 빌려줄 것인가’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알파벳은 높은 신용도와 거대한 현금창출력을 갖고 있어 같은 AI 부채라도 프로젝트회사나 재무여력이 약한 발행자와 다르게 취급된다. 그럼에도 신규물은 추가 수익률을 제시해야 했고, 기존 2월 채권은 새 발행일에도 발행 스프레드보다 약했다. 이는 대형 주문장이 곧바로 2차 시장 강세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경고다. 투자자는 AI 수요의 장기성뿐 아니라 발행 빈도, 만기별 공급, 자본지출 수익률과 잉여현금흐름 회수 시점을 함께 가격에 넣고 있다. 시장 수용능력은 아직 충분하지만 무차별적이지 않다. 이번 거래는 AI 크레딧 전반의 신뢰 회복이라기보다, 최상위 발행자가 높은 수익률을 제공했을 때만 확인되는 선택적 수요에 가깝다. AI 부채의 병목은 돈의 총량이 아니라 발행자가 감수해야 할 스프레드와 투자자가 요구하는 안전마진으로 이동했다.

Insight

이번 거래는 ‘AI 크레딧을 사라’는 신호보다 신규발행 프리미엄과 반복공급 사이의 상대가치를 거래하라는 신호다. 알파벳의 우량한 신용은 하방을 제한하지만, 연 2회 달러채 공급과 다양한 통화 발행은 장기물 스프레드의 지속적 오버행이 된다. 따라서 30~40년물의 높은 명목수익률을 단순히 싸다고 보기보다, 설비투자 듀레이션과 추가 공급 위험을 함께 감안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짧거나 중간 만기의 신규물은 후한 양보가 남아 있을 때 전술적 가치가 있지만, 기존 채권이 계속 넓게 거래된다면 발행 직후 강세만 기대하는 접근은 위험하다. 주식에는 자금조달 성공이 AI 투자 지속성을 확인해주는 호재지만, 외부자금 의존 확대와 자본비용 상승은 미래 현금흐름의 할인율을 높인다. 추적할 변수는 향후 발행 규모, 신규발행 프리미엄, 2월 채권의 회복 여부, 설비투자 대비 잉여현금흐름이다. 이번 주문장은 AI 붐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아니라, 시장이 적절한 가격이면 여전히 거대한 수표를 쓸 준비가 돼 있다는 확인서다.

- Bloomberg, Macro Trader.
Spotlight Stories: AI Is Rewiring South Korea’s Careers, Dating, Status and Culture

인공지능 호황은 한국에서 데이터센터보다 공장과 주거지역을 통해 먼저 사회로 번지고 있다. 한국이 전 세계 고대역폭메모리의 약 80%를 생산하면서 화성, 기흥, 이천을 잇는 반도체 생활권의 소득과 자산가격이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탄의 84㎡ 아파트는 22억 원을 웃도는 가격에 거래됐고, 2026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일부 직원에게 최소 40만 달러의 성과급이 지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뒤 동탄역 인근 아파트 호가는 몇 주 사이 수억 원씩 올랐다. 동탄에서 8년간 주택을 중개한 마크 윤은 주택시장과 반도체 업황의 연동성이 올해 완전히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이클은 기업이익이 주가를 거쳐 임직원 보상과 주택가격으로 전이되는 자산효과의 실험에 해당한다.

주식시장의 반응은 이보다 더 극단적이었다. SK하이닉스는 6월 22일 고점까지 12개월 동안 1,000% 이상 상승했고, 삼성전자도 약 500% 올랐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한때 캐나다, 독일, 영국, 프랑스, 인도를 넘어섰고, SK하이닉스는 5월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한 뒤 7월 나스닥에 상장됐다. 개인투자자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 수요가 상승을 증폭했지만, 7월 말에는 기관과 개인이 함께 포지션을 줄이며 급락을 만들었다. 최근 시가총액이 8,000억 달러를 웃돌더라도 한국의 인공지능 거래는 이미 펀더멘털과 기계적 수급이 분리되기 어려운 단계로 들어왔다.

정부는 이를 기존 산업정책의 연장선에서 다루고 있다. 전쟁 직후 철강, 조선, 자동차, 가전, 반도체를 순차적으로 육성해 온 한국은 인구 5,160만 명의 경제를 유럽연합 평균보다 부유한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이번에는 서남권을 메모리 생산기지로 전환하면서 데이터센터와 로봇까지 확보하려 한다. 6월 말 발표된 반도체 투자계획은 최소 1,350조 원이며, 자체 인공지능 기초모형을 육성하기 위해 6개월마다 평가와 탈락을 반복하는 이른바 ‘인공지능 오징어게임’도 진행 중이다. 산업정책의 목표가 반도체 생산량 확대를 넘어 미국과 중국 사이의 독립적인 인공지능 생태계 구축으로 넓어진 구조다.

성장의 집중은 재분배와 자원 배분 문제를 동시에 만든다. 반도체산업 밖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전체의 98%를 넘는 상황에서 기술주와 주택가격 상승의 이익은 고소득, 자산보유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한국은행도 기술, 주식시장, 인공지능의 편익이 부유층에 불균형하게 귀속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전략산업, 교육, 지역개발, 청년투자를 위한 전용기금을 추진하고 있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고문은 인공지능 초과세수를 활용한 ‘시민배당’을 제안했다. 반대편에서는 가뭄에 취약한 호남의 신규 반도체 공장이 농업과 생태계가 사용하는 물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인공지능의 성장률보다 초과이익과 희소자원을 어떤 방식으로 배분하느냐가 정책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소득효과는 동탄의 소비구조에서 확인된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의 삼성 임직원 전용카드는 2021년 이후 8,000장 이상 발급됐고, 최근에는 매달 약 100건씩 신청이 늘고 있다. 우수고객의 평균 연령은 40대 중반으로 일반 백화점보다 낮으며, 2026년 상반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5%, 명품 매출은 40% 증가했다. 택시기사 권철민이 들은 삼성전자 직원들의 대화도 성과급으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더 좋은 아파트로 이전하는 내용에 집중됐다. 식당과 고가 상점이 늘고 외부 사업자가 신규 입지를 찾기 시작한 점까지 감안하면, 반도체 호황은 수출과 세수뿐 아니라 특정 지역의 상권과 주거비용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국지적 내수 사이클을 만들고 있다.

직업의 사회적 위계도 바뀌었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에서 15년간 근무한 강은선은 공무원, 교사, 의사, 변호사로 이동해 온 선호 직업의 정점이 현재 반도체 기술자로 옮겨갔다고 평가했다. 과거 의사나 변호사만 원하던 여성 고객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기술자를 직접 요청하고, 반도체 종사자도 자신의 지위 상승을 인식해 상대 선택에 더 까다로워졌다. 풍자 프로그램에서는 허름한 옷차림의 고객이 SK하이닉스 조끼를 드러내자 매장 직원이 ‘하이닉스 경’으로 대우하는 장면이 등장했고, 중고거래시장에서는 회사 작업복이 ‘최고의 소개팅 복장’으로 소개됐다. 보상과 고용안정성에 대한 기대가 회사 이름을 학력과 전문직 자격에 준하는 사회적 신호로 바꾸고 있다.

교육시장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2026학년도 입시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원하는 반도체 관련 5개 학과의 합격 난도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계열보다 높았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25세 정승현은 한국과학기술원과 화성시가 공동 운영하는 반도체 교육과정에 등록했고, 3년 전 불황기보다 취업 전망을 낙관하면서 성과급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진 SK하이닉스를 선호했다. 다만 본인 역시 호황이 식은 이후를 의식하고 있다. 인재가 의학에서 반도체로 이동하는 현상은 산업의 구조적 성장 기대를 반영하지만, 교육 선택이 단일 업황에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다음 하강기의 사회적 비용도 함께 커질 수 있다.

문화산업은 반도체와 다른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흡수하고 있다. 음악, 방송, 영화, 게임을 포함한 한국 문화산업은 지난해 매출 161조 원, 수출 15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고 약 69만 명을 고용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합산 고용의 두 배를 넘는다.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가상 케이팝 가수, 인공지능 생성 음악영상, 상시 방송과 팬 소통이 가능한 가상 인물을 제작하고 있다. 지드래곤의 소속 제작사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이를 인간 연예인의 대체보다 새로운 지식재산권과 저비용 글로벌 사업의 병행 수단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가 자본집약적 이익을 만드는 동안 문화산업은 제작비 절감과 신규 지식재산권을 통해 더 넓은 고용시장에 인공지능을 확산시키는 축이다.

영화산업에서는 실험이 상업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인공지능 영화 상영과 제작 교육을 확대하고 서울방송과 함께 2029년까지 인공지능 창작자 10,000명 양성을 목표로 세웠다. 제약회사 마케팅 업무를 병행하며 독학으로 영화를 만든 오태희는 현재 약 12개의 영상 생성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매달 200만 원을 지출하고, 프로젝트당 수천만 원을 벌고 있다. 국내 최초의 인공지능 장편영화가 상업 개봉됐고 후속 작품도 예정돼 있다. 조양일 영화제 자문위원은 무성, 컬러, 디지털이라는 수식어가 사라졌듯 인공지능 영화라는 구분도 사라질 것으로 봤지만, 박찬욱 감독은 일자리 감소와 영화미학의 근본적 변화를 경계했다. 제작비 하락은 진입장벽을 낮추지만 콘텐츠 공급 증가가 희소성과 노동가치를 함께 낮출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국 인공지능 투자의 핵심은 메모리 기업의 이익 증가만이 아니라 그 이익이 주택, 소비, 교육, 혼인시장, 문화생산으로 번지는 속도에 있다. 핵심 포지션은 여전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와 인공지능 기반시설이지만, 확산 여부를 확인할 선행지표는 동탄 주택가격과 유통매출, 반도체 계약학과 경쟁률, 지역 상권, 인공지능 콘텐츠의 실제 수익화다. 반대편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수급, 물과 전력의 제약, 초과이익 재분배 압력, 메모리 하강기의 고용, 주택 충격을 함께 봐야 한다. 이번 호황이 구조적이라면 한국은 산업정책의 성공을 사회 전체의 생산성으로 전환할 수 있고, 순환적이라면 반도체에 집중된 자산가격과 사회적 기대가 가장 먼저 되돌려질 가능성이 크다.

- Bloomberg, Macro Trader.
Hedge Fund Manager’s Note: A short history of valuing stocks

주식 가치평가의 역사는 금융위기 뒤에 새로운 도구가 추가되고, 다음 위기에서 그 도구의 약점이 드러나는 과정이었다. 1929년 대폭락에서 주가는 85% 넘게 하락했고, 이전까지 투자자는 배당수익률이나 장부상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주식을 평가하면서도 은행 차입으로 상승을 추격했다. 벤저민 그레이엄과 데이비드 도드는 1934년 원금의 안전성과 적정 수익을 철저한 분석으로 확보할 수 없는 거래를 투기로 구분했다. 가치평가의 출발점은 상승 여력을 계산하는 기술보다, 최근 성장률이 영구히 지속된다는 가정을 제거하고 손실 가능성을 먼저 제한하는 데 있었다.

필립 피셔가 1958년 연구개발과 경쟁우위에서 나오는 성장 가능성을 투자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가치평가는 자산에서 성장으로 넓어졌다. 그레이엄도 1960년대에는 이익에 8.5배의 기본값과 기대 연간 성장률의 2배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성장기업에 더 높은 가격을 인정했다. 문제는 기대라는 변수였다. 1972~1973년 대형 우량주들은 주가수익비율 50배까지 거래됐지만, 국채금리와 물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성장평가는 유가 충격과 함께 무너졌다. 영국 물가는 1975년 26.9%까지 상승했고, 1972년 5월부터 1974년 12월까지 미국 주식은 40% 이상, 영국 주식은 73% 하락했다. 성장률을 평가할 때 할인율을 분리하면 안 되는 이유다.

1970년대 물가상승으로 실물자산 가치는 높아졌지만 주가는 따라가지 못하면서 1980년대에는 대차대조표 중심의 가치투자가 유효했다. 당시 영국 주식 상당수가 장부가치의 절반 이하에서 거래됐고, 현재 시장의 통상적인 주가순자산비율 약 2배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었다. 핸슨은 1986년 임페리얼그룹을 25억 파운드에 인수한 뒤 비핵심 자산을 처분해 인수대금 전액을 회수했고, 남은 사업가치는 7년 뒤 20억 파운드까지 커졌다. 다만 이런 방식은 자산가치와 시장가격의 괴리가 극단적인 시기에만 작동한다. 시장이 2배인데 특정 기업이 1.5배라는 이유만으로 평범하거나 나쁜 기업을 보유하는 것은 가치투자가 아니라 할인폭이 작은 가치함정에 해당한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기술과 인터넷의 등장으로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현금흐름할인법이 중심이 됐다. 엑셀은 먼 미래까지 성장률을 복사해 넣는 작업을 쉽게 만들었지만, 현실성 검증 없이 가정을 연장하고 할인율이나 영구성장률을 조정해 원하는 목표가격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게 했다. 2000년 보다폰은 주가수익비율 70배를 넘었고, 현재 주가는 당시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업들은 이익이 평가의 목표가 되자 감가상각비 축소, 설비 임차, 매출 조기인식으로 숫자를 관리했고, 엔론은 이익 증가가 현금흐름으로 연결되지 않는 극단을 보여줬다. 현금흐름도 주식보상처럼 실질 인건비인 항목을 비용에서 제외하면 과대평가될 수 있어, 표면 이익보다 현금전환과 회계의 질을 먼저 봐야 한다.

1990년대 이후 투하자본수익률은 경쟁우위와 자본효율을 설명하는 핵심 지표로 자리 잡았다. 애플의 투하자본수익률은 통상 40%를 웃돌며 높은 배수를 정당화하지만, 가중평균자본비용과 투하자본수익률을 결합한 모형은 자기자본을 줄이고 부채를 늘린 기업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약점도 있었다. 2006~2007년 리먼브러더스의 주가순자산비율은 2.3배를 넘었는데, 미국 투자은행의 과거 평균은 약 1배였다. 2008년 이후 명품과 소프트웨어는 적은 투하자본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 집중 보유 대상이 됐지만, 명품의 성장은 내부 재투자보다 신흥국 수요에 의존한 부분이 컸고 소프트웨어는 높은 수익성이 경쟁자를 불러들였다. 인공지능이 경쟁을 더 확대하고 주식보상을 실제 비용으로 반영한다면, 현재 표시되는 수익성은 시장이 믿는 것보다 낮을 수 있다.

인공지능 기반 가치평가 도구도 같은 함정에서 자유롭지 않다. 과거자료 검증에서 잘 작동한 지표가 널리 사용되면 시장가격이 이를 먼저 반영해 초과수익은 소멸하며, 퀀트를 활용한 액티브 트레이드들이 성과표 상단에 오른 직후 급격히 무너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투자 판단은 현재 가격이 향후 배당과 재투자로 돌아올 현금이익으로 정당화되는지, 아니면 기업 전체를 인수해 자산을 처분했을 때 더 높은 가치를 회수할 수 있는지로 돌아간다. 스페이스X는 몇 달 전 주당 200달러를 넘고 매출의 150배에서 거래됐지만 이후 약 45% 하락했으며, 원금을 회복하려면 다시 80% 올라야 한다.
가치평가는 모든 하락을 막지 못하지만, 미래가치의 대부분이 낙관적 가정에 의존하는 종목의 비중과 진입가격을 제한

한다. 포지션은 높은 수익성 자체보다 그 수익성이 현금으로 전환되는지, 재투자 기회가 실제로 남아 있는지, 대차대조표가 중간 낙폭을 견딜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구성하는 편이 맞다.

- FT, Macro Trader.
Shareholder Return: Peak Memory Fears Put Focus on Samsung, SK Hynix Cash Returns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정점 통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정책이 새로운 주가 상승 동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인공지능(AI) 수요에 힘입어 두 회사의 현금창출력이 크게 개선된 만큼,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더라도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가 주가를 떠받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3분기 중 구체적인 주주환원 방안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SK하이닉스는 이날 5.5% 상승했고 업계 최대 업체인 삼성전자도 조만간 주주환원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6.7% 상승했다. KB증권의 김동원 연구원 등은 이번 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조만간 주주환원 규모를 10배 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메모리 업황의 상승 탄력이 둔화할수록 실적 증가세보다 기업이 벌어들인 현금을 얼마나 주주에게 돌려주느냐가 주가를 좌우할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텐캡 인베스트먼트의 공동창업자 겸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Jun Bei Liu는 “주가가 이미 크게 올랐고 메모리 업황 정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은 주가를 지지하고 기관투자자들을 메모리 반도체주로 더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자사주 매입과 특별배당이 메모리 업체들의 정례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늘 주가 급등에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 투자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영향을 미쳤다. 테마섹은 블룸버그의 관련 문의에 즉각 답변하지 않았다.

주주환원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메모리 업황의 피크아웃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메모리주는 가격이 실제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더라도 상승세가 둔화하면 향후 실적 둔화를 선반영해 주가가 먼저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트렌드포스는 2026년 2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58~63% 상승한 뒤 3분기 서버용 D램 가격 상승률은 13~18%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실적에도 지난 6월 고점 대비 각각 약 50%, 34% 하락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메모리 업체들이 업황 사이클에 대응할 또 하나의 완충 장치를 갖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기 공급계약이 늘면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을 보다 지속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약 10개 고객사와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향후 다년 계약이 계획 생산능력의 60~7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6월 말 기준 16건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 같은 계약은 향후 수요에 대한 가시성을 높이고 실적 변동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메모리 업체들은 그동안 업황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워낙 컸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정상화된 현금흐름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웠다.

아직 반도체 호황이 힘을 잃고 있다는 신호는 많지 않다. 한국의 8월 1~10일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급증했다.

이는 메모리 가격 상승 속도가 둔화하더라도 타이트한 공급 상황이 지속되면서 업체들이 상당한 현금을 계속 창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두바이 아르케비움 캐피털의 Maxence Visseau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메모리 사이클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주주환원이 다음 주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클 초반에는 현물가격 상승과 마진 확대에 주가가 반응한다”며 “하지만 이 같은 실적 개선 전망이 투자 포지션과 밸류에이션에 충분히 반영되고 나면 추가적인 어닝 서프라이즈의 영향력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때부터 투자자들은 기업이 벌어들인 현금 가운데 실제로 얼마를 자신들에게 돌려주는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 Bloomberg.
Threefold Forge: 'They’re Not Hiking'

미국 소비와 고용은 이미 잠재성장률 이하의 확장을 가리키며, 낮아진 실업률은 노동시장 강세를 과장한다

미국의 7월 소매판매 약화는 조기 프라임데이의 반작용이 일부 섞였지만, 봄 소비 호조가 세금환급 급증이라는 일회성 현상이었다는 판단을 강화한다. 세금의 발생주의를 현금주의로 바꾸고 AI 관련 소득 측정오류를 조정하면 실질 가처분소득과 개인 현금흐름은 하반기에 거의 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실질 소비증가율은 1~1.5%로 둔화될 전망이고,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이어져 휘발유 가격이 다시 뛰면 중/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하방 위험이 커진다. 노동시장도 표면보다 약하다. 7월 기조적 고용증가는 5천명으로 손익분기점 5만명에 크게 못 미쳤고, 실업률이 4.5%에서 4.1%로 내려온 것도 취업 증가보다 노동참가율 하락의 영향이 컸다. 연령구성을 고정한 고용률도 약해지고 임금상승률도 둔화돼 노동시장이 다시 타이트해졌다는 주장을 지지하지 않는다. 기업 설비투자와 과거 주가 상승의 지연된 자산효과가 GDP를 받치겠지만, 전체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조금 밑도는 ‘느린 확장’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물가의 일시적 잡음은 빠지고 있으며, 9월 인상은 점도표가 시사한 것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물가와 연준 경로에서도 시장은 실제 데이터보다 매파적으로 앞서가고 있다. 근원 PCE는 6월 0.13%에 이어 7월 0.20%가 예상되지만, 7월 상승분의 절반 이상은 포트폴리오 관리 서비스라는 측정이 불완전한 항목에서 나온다. 이 항목은 9월 말 큰 폭으로 하향 수정될 예정이며, 관세 및 소프트웨어와 액세서리, 에너지 같은 일시적 압력도 순차적으로 약해져 2027년 근원 PCE는 2% 부근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6월 점도표에서는 18명 중 9명이 올해 인상을 제시했지만, 실제 투표권자 12명 중 인상파는 4~5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7월 회의에서 매파 반대가 세 표로 늘었어도 최근 두 달의 고용과 물가가 모두 약해졌기 때문에 비둘기파가 인상 쪽으로 이동할 이유는 적다. 골드만삭스의 시나리오는 인상 20%, 2026~2027년 동결 30%, 올해 동결 후 2027년 인하 35%, 침체 15%다. 8월 데이터가 극적으로 반전되지 않는 한 9월 인상은 매우 어렵고, 현재 금리선물은 여전히 필요 이상으로 긴축을 가격에 넣고 있다.

유럽은 약한 경제보다 강한 지수구성이 중요하고, 중국은 강한 위안화와 내수부양을 함께 선택해야 한다

유럽은 경제가 약해 보여도 주식은 훨씬 강할 수 있고, 중국은 환율과 내수를 동시에 고쳐야 한다. 유로존은 에너지 가격이 높아 9월 ECB의 25bp 인상이 유력하지만, 근원물가가 목표를 크게 웃돌지 않아 다음 움직임은 2027년 중반 인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 증시는 GDP 구성과 지수 구성이 다르다는 점에서 우위가 있다. 자동차는 시가총액의 1%에 불과하고, 높은 유가는 경제에는 부담이지만 지수 내 에너지 기업에는 호재다. 그래서 상반기 실질 GDP가 0.7%, 명목 GDP가 3.3% 늘어나는 데 그쳤어도 Stoxx 600 EPS는 14% 증가했고, 유럽 은행은 2022년 이후 미국 메가캡 기술주를 크게 앞섰다. 프랑스는 별도의 정치 프리미엄이 필요하다. 새 여론모형은 마린 르펜의 2027년 대선 승리 확률을 약 3분의 2로 보며, 중도 후보와의 결선은 접전이지만 멜랑숑과 맞붙으면 승리가 거의 확실하다. 중국은 위안화가 최소 20% 저평가됐지만 내수 부진 속에서 환율만 올리면 성장과 고용이 더 약해진다. 해법은 위안화 절상과 사회안전망 확대를 통한 소비 부양을 함께 추진하는 ‘스완식 조합’이다.

Insight

크로스애셋 결론은 ‘그들은 인상하지 않는다’보다 ‘시장은 인상을 너무 많이 샀다’에 가깝다. 미국에서는 물가 개선과 인상 프리미엄 축소가 단기금리를 끌어내리는 반면, 재정 악화가 장기물에 기간 프리미엄을 얹어 국채 커브 스티프닝이 유리하다. 2분기 실적과 AI 거래 안정은 연말까지 주요 주가지수의 상방을 지지하지만, 데이터센터 채권 공급이 쏟아지는 만큼 AI 크레딧 스프레드는 계속 넓어질 수 있다. 외환에서는 낮아지는 글로벌 물가와 금리차가 ‘여름 캐리’를 연장해 달러 롱 대 캐나다달러 숏, 유로 롱 대 스위스프랑 숏이 더 깨끗하다. 엔화는 기록적 개입에도 국내 정책조합이 바뀌지 않으면 구조적 약세를 벗어나기 어렵다. 가장 불편한 꼬리는 원유다. 수요가 회복되는 가운데 호르무즈가 닫힌 채라면 글로벌 재고는 2018년 이후 관측 가능한 최저를 넘어 역사적 저점으로 향한다. 따라서 매파적 연준 베팅은 줄이되, 에너지 재충격과 프랑스 정치 리스크는 옵션으로 남겨두는 것이 맞다. 지금 시장의 오류는 성장 둔화보다 금리 인상을 더 확신하는 데 있다.

- Goldman Sachs, Macro Trader.
Threefold Forge: 'Resilience Becomes Capex'

글로벌 증시는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이번 상승은 AI 집중보다 이익과 시장 폭의 확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주식은 이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이번 랠리는 더 이상 소수 AI 종목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MSCI AC World는 연초 이후 총수익 기준 약 14% 올랐고, 3개월 기준 지수를 이긴 종목 비중도 한때 25%에서 40%를 웃도는 수준으로 회복됐다. 유럽과 미국의 경기민감주는 방어주 대비 각각 약 10%, 12% 앞서며, 기술 및 AI 노출을 제외해도 상대강도가 유지된다. 제이피모건은 이를 단순한 베타 회복이 아니라 이익과 시장 폭의 동시 확산으로 해석한다. 유로존 EPS는 2026년 18%, 2027년 12% 증가할 전망이고, 투자자 포지셔닝도 극단적 과열과는 거리가 있다. 금융여건이 완화되고 실적 상향이 지속된다면 기존 리더가 쉬어가더라도 자금은 자산군 밖으로 이탈하기보다 후발 경기민감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저변동성의 전술적 반등이 끝난 뒤에는 다시 경기민감, 설비투자 수혜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지수의 다음 상승은 기존 리더의 추가 급등보다, 뒤처졌던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하며 만들어질 공산이 크다.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은 외교 구호가 아니라, 전력망, 에너지, 산업기반에 집행되는 다년간 자본지출이다

유럽의 핵심 변화는 성장률이 아니라 정책 목표가 ‘효율’에서 ‘복원력과 전략적 자율성’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의 에너지 불안, 미국의 거래적 외교, 중국의 산업 경쟁은 유럽이 국방, 전력망, 에너지, 산업기반, 디지털 인프라를 동시에 확충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가장 성숙한 테마는 전력망과 에너지 안보다. REPowerEU, 핵심원자재법, 넷제로 산업법은 수입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설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집행 단계에 들어갔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도 송배전망이 따라오지 않으면 연결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케이블, 변압기, 스위치기어, 계량, 저장장치와 규제 유틸리티가 가장 깨끗한 수혜다. 유럽 배전망 투자지출은 2024년을 100으로 볼 때 2029년 약 18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원전도 독일을 제외한 여러 국가에서 수명 연장과 신규 건설, SMR 도입으로 정책이 반전됐다. AI 데이터센터와 전기화가 전력 수요를 끌어올리는 만큼, 유럽의 에너지 투자는 탈탄소보다 공급 안정과 산업 경쟁력의 문제로 바뀌었다.

독일의 재정 전환과 AI 설비투자는 정책 발표를 실제 주문과 기업이익으로 옮기는 두 번째 엔진이다

독일의 재정 전환은 이 테마를 선언에서 실물 주문으로 옮기는 두 번째 엔진이다. 구조적 기초재정수지는 2025년 GDP 대비 -0.6%에서 2026년 -2.2%, 2027년 -2.6%로 확대되고, 5,000억유로 인프라 특별기금과 방위지출을 포함한 총 적자는 2030년까지 약 4% 수준이 예상된다. 2026년 핵심 예산과 특별기금의 투자지출은 1,287억유로로 2024년의 745억유로를 크게 웃돌며, 특별기금만으로 GDP를 0.5% 끌어올릴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독일 내 제조업 주문은 대형 일회성 물량을 제외해도 회복되고 있고, 유로존 제조업 PMI와 경제서프라이즈 지수도 개선됐다. 수혜는 철도, 교량, 도로, 광통신, 전력망, 자동화, 주택 개보수 전반으로 확산된다. 정치적 약속에서 실제 집행과 기업 매출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은 오히려 이 사이클의 지속성을 높인다. 여기에 AI 설비투자와 2028년 이전까지 제한적인 반도체 공급 증설이 겹치면서, 유럽에서는 ASML, ASM, BESI 같은 장비와 산업자동화, 전력반도체가 미국 플랫폼보다 더 직접적인 전략기술 노출이 된다.

Insight

이 보고서의 투자 결론은 유럽을 통째로 사라는 것이 아니라, 정책예산이 실제 이익으로 번역되는 물리적 인프라 층을 선별하라는 것이다. 지역은 신흥국과 유로존을 비중확대하고 미국은 중립, 자산배분은 주식 65%, 채권 30%, 현금 5%로 제시한다. 업종은 소재, 자본재, 건설자재, 반도체 장비가 중심이며, 에너지, 필수소비재, 미디어, 소프트웨어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방산도 무차별 추격보다 드론, 미사일, 방공, 전자전, 우주처럼 새로운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 1년 넘게 상대부진과 멀티플 조정을 겪은 만큼 선택적 재진입의 가격은 좋아졌지만, 전통 중장비와 군함 같은 레거시 플랫폼을 모두 같은 프리미엄으로 살 이유는 없다. CBAM과 현지조달 규칙은 철강, 시멘트의 가격결정력을 높이지만 자동차와 일부 자본재에는 원가 부담을 준다. 우크라이나 재건은 5,000억달러 이상 규모의 장기 옵션이고, 고령화는 헬스케어, 보험, 자산관리의 구조적 수요를 만든다. 핵심은 ‘유럽 경기 회복’이 아니라 다년간의 예산, 규제, 조달이 현금흐름의 가시성을 높이는가다. 이번 유럽 트레이드는 거시 낙관보다, 정책이 만든 장기 수주잔고에 대한 롱이다.

- J.P.Morgan, Macro Trader.
Employment: Is AI really responsible for recent job cuts?

2023년 5월 이후 인공지능과 연계해 발표된 기업 감원은 180,000명을 넘었고, 2026년에만 112,000명에 이른다. 7월에는 인공지능이 기업이 제시한 감원 사유 가운데 5개월 연속 가장 빈번한 항목이었다. 오라클은 올해 21,000개 일자리를 줄였고, 세일즈포스, 루프트한자, 액센츄어, 스탠다드차타드도 최근 12개월 감원 결정의 일부를 인공지능과 연결했다. 숫자만 보면 사무직 자동화가 본격화된 듯 보이지만, 감원 발표와 실제 업무 대체를 같은 것으로 읽기에는 아직 증거가 부족하다.

오라클에서 10년 넘게 전략 업무를 맡았던 린지는 인공지능 활용을 장려받는 수준을 넘어 사실상 압박받았고, 자신들이 학습시킨 체계가 결국 자신의 직무를 대체했다고 받아들였다. 블록의 공동창업자 잭 도시는 더 적은 인원이 새 도구를 이용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며 2월 4,000명을 감원했다. 현장에서는 인공지능이 명시적인 인력 대체 사유로 작동하고 있다. 다만 개별 근로자의 경험이 기업 전체의 생산성 개선이나 경제 전반의 고용 감소를 자동으로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에는 구조조정을 인공지능 생산성으로 포장할 강한 유인이 있다. 메타는 1월 메타버스 부문에서 1,000명을 줄이고 자금을 인공지능 기기로 옮겼다. 아틀라시안은 3월 1,600개 일자리를 줄여 인공지능 투자를 자체 조달하겠다고 했고, 오토데스크는 1월 영업부문 중심으로 1,000명을 감축하며 같은 설명을 제시했다. 이는 기존 업무가 자동화됐다는 뜻보다 수익성이 낮은 부문에서 인력을 줄여 자본을 인공지능으로 재배치했다는 의미에 가깝다. 구조조정, 실적 부진, 사업 우선순위 변경이 인공지능이라는 한 단어 아래 섞여 있는 구간이다.

주식시장은 이런 발표를 일관되게 보상하지 않았다. 최근 1년 인공지능 관련 감원 발표 가운데 다음 거래일 주가가 오른 사례는 절반 미만이었고, 해당 기업들은 발표 후 30거래일 동안 나스닥지수를 거의 10%포인트 밑돌았다. 인공지능을 감원 사유로 내세우는 것이 생산성 신호라면 주가가 체계적으로 반응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였다. 시장은 인력 축소보다 그 배경에 있는 성장 둔화와 사업 전환 비용을 함께 보고 있다. 감원 발표 자체를 비용절감 촉매로 매수하는 전략의 기대값이 낮다는 뜻이다.

거시 고용자료도 광범위한 인공지능 실업을 확인하지 않는다. 예일 예산연구소는 2025년 12월 이후 미국 정보산업의 감원이 늘었지만 이를 인공지능에 직접 연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인공지능 노출도가 높은 직종과 다른 직종 사이에서도 임금, 고용증가, 채용의 뚜렷한 차이를 찾지 못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도 대규모 자동화가 진행됐다면 나타나야 할 생산성 가속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과 영국의 전체 해고율은 이례적으로 높지 않고,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7월 주간 기준 1969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향후 인력 감소에 대한 기업 자체 전망도 현재의 헤드라인보다 작다. 미국 경제연구국이 2월 발표한 조사에서 미국과 유럽 경영진은 인공지능이 향후 3년 동안 인력을 0.7%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별도 연구에서는 인공지능을 가장 집약적으로 사용한 기업이 도입 이전보다 오히려 10%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가 강하고 성장하는 기업은 인공지능을 인력 대체보다 사업 확장에 사용할 수 있고, 수요가 약한 기업은 감원과 투자 전환의 명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 도입률만으로 기업의 고용과 이익 방향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총량이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분포의 충격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는 인공지능 노출도가 높은 초급 직무에서 채용이 급감했다고 봤고, 포레스터는 고객지원 직무가 이미 직접적인 자동화 압력을 받고 있다고 판단했다. 세일즈포스가 지난해 9월 고객지원 인력 4,000명을 줄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고객지원은 비용부문으로 취급되고 인력 규모가 크며 업무가 표준화되어 있어 자동화의 경제성이 빠르게 확인된다. 충격은 전 산업의 대량해고보다 초급 채용, 고객지원, 일부 소프트웨어 및 마케팅 업무에서 먼저 나타나는 구조다.

더 중요한 변화는 해고보다 채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7월 채용공고는 전년동월대비 미국에서 2.8%, 영국에서 12.6% 감소했다. 기업은 기존 직원을 대규모로 내보내지 않더라도 같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 신규채용을 보류할 수 있다. 이 경우 실업수당 청구와 해고 통계는 안정적이지만 취업 진입자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지고, 구직기간은 늘어난다. 오라클에서 나온 린지가 자동 심사기준도 알 수 없는 채용시장에 다시 들어와 자신의 이력서를 인공지능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상황은 노동 대체보다 노동시장 연결과정의 자동화가 먼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포트폴리오는 인공지능 감원을 발표한 기업을 일괄적으로 생산성 승자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 실제 매출, 영업이익률, 산출량, 인당 매출이 개선된 기업과 단순히 부진한 사업을 축소하며 인공지능을 명분으로 붙인 기업을 분리해야 한다. 고객지원과 초급 사무직 노출이 큰 산업은 대량해고보다 신규채용 감소를 먼저 반영하는 편이 맞고, 경제 전체의 고용 붕괴를 전제로 소비주를 무차별적으로 줄이거나 통화완화를 앞당겨 가격에 넣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인공지능 자동화의 방향은 분명하지만, 현재 손익의 중심은 기계가 사람을 전면 대체하는 데 있지 않고 기업이 더 적게 채용하면서 투자 우선순위를 바꾸는 데 있다고 본다.

• FT, Macro Trader.